ㅇ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의 기세가 한 풀 꺾이는 모습이다. 산발적으로 확진환자가 이어지고 있고, 최대 잠복기가 지나서 메르스에 노출되는 등 예외적 사례가 등장하고 있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최대 고비는 일단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이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진작 소멸될 수 있었던 바이러스였기에 아쉬움이 더욱 클 뿐이다. '1차 진원지'였던 평택 성모병원의 의료진과 환자를 통째로 격리(코호트 격리)했더라면, 초기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했던 병원 이름을 재빨리 공개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뇌리를 쉽사리 떠나지 않는다. 물론 '메르스 종식'을 장담할 상황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1번 환자, 14번 환자와 같은 슈퍼보균자가 등장할 수 있다. 76번 환자로 인한 감염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환자 다수와 밀접한 접촉하는 의료진의 감염이 이어지는 것도 경계 요소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보건당국이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앞으로 보건당국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감염자의 경로 추적에서부터 격리자 설정에 이르기까지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된다. 경로 추적 실패는 단순히 감염자 증가로 이어지는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만연한 '메르스 포비아'를 다시금 증폭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황상태에 빠진 대중심리를 조속히 정상화시키는 것은 보건당국의 '현미경 행정' 못지 않게 중요하다. 중동발 감염 바이러스가 한국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가히 엄청난 수준이다. 경제 주체들의 소비활동 의욕을 꺾으면서 내수 시장은 세월호 충격 이상의 후유증에 노출돼 있다.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관광 및 서비스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의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메르스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2.8% 수준으로 주저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저유가,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계가 투자와 고용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보내도록 장려하는 등 메르스 충격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메르스 충격 여파가 상대적으로 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보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2000여개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절반 정도가 "세월호 사고와 비교해 국내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응답한 것은 업계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엿보게 한다. 중소기업계 고위관계자는 "메르스로 인해 해외 수주에 차질을 빚는 등 경영 비상이 미치는 영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일할 수 없다"며 "정부에서 보증 확대 등 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다지만 이 정도로는 업계 정상화를 대기업과 균일하게 도모할 수 있는 조치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메르스로 인해 '심리적 재난'에 시달리고 있는 사회 구성원에 대한 포용 마인드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메르스에 노출된 환자와 가족, 격리 대상자에 대해 주홍글씨, 낙인을 찍는 대중심리는 141번 환자의 경우처럼 감염 사실을 숨겨 경로 추적이 어려워지는 결과로 초래될 수 있다. 메르스 퇴치는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엄청난 갈등 비용으로 연결돼 가뜩이나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됨은 물론이다.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