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피해 주는 ‘황다리독나방’ 천적으로 잡는다

국립수목원, 층층나무 잎 갉아먹는 기생천적곤충 14종 밝혀내…지금껏 알려진 기생천적곤충은 국내 1종 머물러, 국내 미기록종도 확인돼 생물학적 방제 가능성 높여

황다리독나방 성충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지구온난화로 크게 느는 황다리독나방(Ivela auripes / Butler)을 ‘천적’으로 잡는 길이 열렸다. 국립수목원은 최근 황다리독나방의 기생천적곤충 14종을 새로 밝혀내고 농약 등 화학적 방제 대신 천적에 따른 새 생물학적 방제의 가능성을 높였다.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에 따른 고온현상으로 개체수가 크게 느는 등 이상번식현상을 보였던 황다리독나방이 이달 들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해 생물학적 방제 전망을 밝게 했다.◆황다리독나방은 층층나무에 ‘골치 덩이’=황다리독나방은 나비목 나방류에 속하는 곤충이지만 보통의 나방과는 달리 낮에도 활동하고 나는 모습이 나비와 비슷해 흰나비로 알기 쉽다. 황다리독나방 애벌레는 층층나무의 새순과 잎을 갉아먹는다. 먹어치우는 양이 워낙 엄청나 층층나무에 큰 피해를 입혀 ‘산림피해해충’으로 알려져 있다.

황다리독나방 번데기에서 나오는 맵시벌 성충

국립수목원은 황다리독나방의 생물학적 방제기술개발에 이바지하기위해 지난해부터 천적곤충을 조사해왔다. 지금껏 알려진 기생천적은 국내 1종, 일본 4종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황다리독나방의 미성숙단계(알, 애벌레, 번데기)에서 생기는 새 기생천적으로 ▲알 기생벌 1종 ▲유충 기생벌 7종 ▲번데기 기생벌 6종이 확인됐다. 이로써 국내 황다리독나방 기생곤충은 나방살이납작맵시벌(Pimpla disparis Viereck) 등 15종으로 기록된다. ◆황다리독나방의 발달단계별 기생곤충=황다리독나방의 발달단계별 기생

황다리독나방 번데기

곤충은 3가지로 나뉜다. 먼저 알 단계로 1종의 알 기생벌이 발견됐다. 알좀벌과로 학명은 Trichogramma kurosuae이며 우리나라 미기록종으로 확인돼 곧 논문을 통해 한글이름을 붙일 예정이다. 이 기생벌은 길이가 1mm로 작고 노란색을 띈다. 다른 알 기생벌들과 달리 애벌레상태로 겨울을 난다. 나방처럼 1년에 한 번 생기며 황다리독나방의 알만 파고든다. 이 때 공격당하는 비율은 조사된 알의 약 20%에 이른다.유충단계에선 고치벌과의 Cotesia sp. cf. melanoscela가 주로 기생한다. 우리나라 미기록종이다. 이 단계에서 기생곤충에 의해 공격당하는 비율은 조사된 유충의 21%에 이른다.

고치벌의 성충

번데기단계에선 맵시벌과의 나방살이납작맵시벌(Pimpla disparis Viereck)과 기생파리과 1종이 이 단계에서의 주요 기생천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계에서 기생곤충에 의해 공격당하는 비율은 조사된 번데기의 46%에 이른다.김일권 국립수목원 임업연구사는 “이번 연구로 크게 느는 황다리독나방을 없애기 위해 농약 등 화학적 방제 대신 천적으로 개체수를 줄일 수 있다”며 “황다리독나방의 알, 애벌레, 번데기단계에 적용할 수 있어 생물학적 방제기술개발에 바탕자료로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생파리 일종

◆농촌진흥청도 천적연구 적극 나서=한편 국립수목원의 이런 천적연구와 함께 농촌진흥청도 지난 3월 하순 기초지식정보가 담긴 ‘최신 천적연구정보’를 내는 등 관련연구에 적극적이다. 이는 천적산업의 국내·외 연구흐름을 정리, 천적산업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다. 천적연구자료는 곤충분야 학회지나 영농발간물에 일부 실리긴 하나 천적연구분야의 최신자료를 다룬 책이 없어 꼭 낼 필요가 있다는 소리가 높았다. ‘최신 천적연구정보’엔 지난해 열린 ‘천적 산업 활성화를 위한 국제심포지엄’ 발표 자료와 국내·외 천적연구학자들이 연구해 공개한 내용 등이 담겼다. ☞숙명의 라이벌, ‘천적(天敵)’은?글자 그대로 ‘하늘이 정해준 맞수’로 풀이된다. 생태계의 복잡한 먹이그물에서 잡아먹는 자를 먹히는 자의 ‘천적’이라고 한다. 천적은 보통 포식자, 기생자, 병원균(Pathogen)의 세 종류로 나누어 3P로 부르기도 한다. 농업에선 천적곤충을 가리킨다. 천적곤충은 해충을 먹이나 알을 낳는데 이용, 해충숫자를 줄이는 것으로 친환경농업에서 해충방제 때 이용된다. 지나친 농약살포는 생태계균형을 깨뜨려 다른 새 해충이 나오게 하는 등 부작용이 생겨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의 가치가 돋보인다. 천적산업은 친환경농업의 앞날을 이끌 신성장동력분야임엔 틀림없다.

천적곤충의 구분(출처=농촌진흥 연구자료 RDA 인테러뱅 59호)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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