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증거 없고 의혹만 제기, 법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세 모으기에는 유리할 듯'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합병 반대 입장을 상세히 설명한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과 오는 7월17일로 예정된 임시 주총에 대비해 명분을 쌓고 세를 모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8일 엘리엇은 4번째 보도자료를 내고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하지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은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홈페이지(www.fairdealforsct.com)를 개설했다. 홈페이지에는 지금까지 엘리엇이 4차례에 걸쳐 발표한 보도자료와 27페이지에 달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불공정 의혹에 대한 분석 자료를 게재했다. ◆"삼성물산 주가 의도적으로 낮췄다" 의혹 제기한 엘리엇=엘리엇은 삼성물산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동종 건설업계 중 가장 견조한 실적을 보이며 주가 역시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올해 2월 동종 건설 업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유독 삼성물산만 주가가 내렸다는 점에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제일모직의 상장 발표 직후 삼성물산 주가가 급락한 점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축소경영에 나서며 매출, 이익, 수주 등을 부정적 방향으로 관리했다는 주장이다. 제일모직이 지나친 고평가를 받았다는 주장도 함께 담았다. 합병 발표 직후 제일모직의 주가이익률(P/E)은 코스피지수 대비 120배에 달했는데 이는 패션, 건설, 레저, 식음 사업 등 제일모직이 영위하고 있는 각 업종들의 주가이익률을 크게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합병 분석자료 말미에는 이번 합병으로 인해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생기는 문제도 발생한다며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한 자신들의 분석도 넣었다. 지금까지 엘리엇이 이번 합병과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히며 주장한 모든 내용들을 종합해 놓은 것이다. ◆삼성물산 "특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엘리엇의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삼성물산은 "삼성물산만의 특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축소경영을 통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렸다는 주장에 대해선 건설업종 전체의 적자, 수주부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적인 확대를 지향하고 내실 있는 성장을 경영전략으로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주요 건설사 경영전략 내용을 살펴보면 대우건설은 원가혁신 활동, 현대건설은 내실 경영, 대림산업은 철저한 수익성 중심의 수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 1분기 어닝쇼크와 관련해선 카타르 도로와 교량 현장의 추가 원가 발생 및 서울지하철 919에 대한 추가 비용 발생, 유가하락으로 인한 상사, 화학부문 실적 부진과 건설부문의 담합관련 과징금 540억원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올해 들어 수주가 감소한 부문과 관련해선 주요 건설사 수주 현황을 비교해 볼 때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국내 5대 건설사의 지난해 5월까지 누적 해외 건설 수주 건수는 총 27건에 달했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7건 수주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리 5, 6호기와 호주 웨스트 커넥트 수주 발표를 합병 발표 시점으로 미뤘다는 루머에 대해서도 해명하고 나섰다. 신고리 5, 6호기 입찰은 6월1일 진행됐으며 결과 발표는 6월3일에 진행됐고 이는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리하는 일정인 만큼 삼성물산이 의도적으로 수주 여부를 늦게 밝힐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호주 도로 프로젝트인 웨스트 커넥스 역시 호주 주 정부의 공식 발표 일정이 4일로 예정된 만큼 삼성물산이 임의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조계 "엘리엇 자료 법적 근거로는 부족하지만 세 모으기에는 도움"=한편 법조계는 엘리엇의 이 같은 공세가 법적인 근거로는 부족하지만 오는 7월17일로 예정된 임시주총을 위한 세모으기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고의적으로 주가를 낮춘 의혹에 대해선 제기했지만 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진 못해 법적인 근거로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공세가 양측의 소송전에 도움은 되지 못하겠지만 임시 주총 표대결을 앞둔 상황에서 엘리엇이 세를 모으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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