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돈들이 별로 안 놀라네

전격 기준금리 인하 불구…3월 인하때 같은 시장 패닉 없어

마지막 인하·美 금리인상 전망3년만기 국고채 금리 되레 올라머니무브보다 머니스틸 분위기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기준금리 1.75%가 진도 7의 파괴력이었다면 1.5%는 진도 3에 불과하다." 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3월 1.75%로 인하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의 영향이 크지 않다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은행권 수신고는 움찔거릴 뿐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여ㆍ수신금리 탈동조화(디커플링) 가능성도 감지된다. 3월 기준금리 인하를 겪으며 시장에서 면역력이 생긴 점과 올 하반기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당장 시장의 달라진 모습은 숫자로 확인된다.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한 어제(11일) 채권금리는 3년 만기 기준 되레 전날보다 0.024%포인트 오른 1.797%를 기록했고, 원 달러 환율은 0.6원 오른 1108.8원으로 마감했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가 채권금리 하락ㆍ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과는 다른 디커플링인 것이다. ◆인하 효과 축소…머니스틸 증상 = 지난 3월 금리인하가 예적금의 '머니무브(money move)'를 촉발시켰다면 이번 금리인하는 자금이 움직이지 않는 '머니스틸(money still)'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낮은 금리에 지친 시중 자금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고수익부동산, 달러 등으로 쏠리는 현상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3월에는 금리인하 직후 '어디다 투자해야 하냐'는 고객 전화를 수십통씩 받았는데 어제(11일) 오늘 받은 전화는 10통 미만"이라며 "같은 1%대 금리다 보니 충격도 덜하고, 3월 금리인하로 인해 초저금리에는 면역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마지막'이고 앞으로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시중자금 이동을 망설이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올 하반기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보다는 다시 올리지 않겠느냐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지난 3월에는 '1%대 초저금리'에 놀라 뛰쳐나온 수신고 자금이 이번에는 금리인상을 기대하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추후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인 것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급증과 미국의 금리 인상, 완만한 경기 회복과 선진국 기대 인플레이션 반등 등을 고려할 때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인하 사이클은 마무리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신금리와 여신금리 디커플링 발생할 수도 =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권의 여수신금리 인하로 직결될지는 관건이다. 예대마진 축소에 신음하는 은행이 수신금리보다 여신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여수신금리 디커플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올 1분기 1.63%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 NIM은 1%대 초반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현재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1.5~1.6% 수준이고,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금리는 10년 만기 기준 2.5~4.4%를 오가고 있다. A 시중은행 부행장은 "이미 여ㆍ수신 금리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크게 변화가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NIM 방어를 위해서라도 여신 금리 인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 4월 기준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542조7000억원, 예금 인출과 예치가 자유로운 수시입출식예금 잔액은 437조5000억원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후 상황을 놓고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금리정책은 기본적으로 경기 대응책일 뿐"이라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조개혁' 없이는 통화정책은 효과가 미비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정부가 기대했던 기준금리 1.5%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통화정책 수장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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