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공채 끝물, 10명 중 2명만 취업 골인준비 기간 길어질수록 스트레스 심해…수면장애·만성피로·우울증 시달려'취업사춘기' 벗어나려면 긍정 마인드·운동·취미생활 필요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1.지난해 3년 가량 다니던 중소기업을 관둔 A(31)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취준생' 신분으로 돌아왔다. 상시채용과 공채를 불문하고 원하는 직종에만 서류를 넣고 있지만 서류전형 문턱도 넘지 못했다. 취업준비가 예상보다 길어져 그는 여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공부할 자금을 모을 계획이다.#2.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던 B(29)씨는 은행원이 되기 위해 2년 넘게 준비했지만 매번 최종면접에서 낙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강까지 악화되면서 B씨에게 우울증 초기 증세까지 나타났다. B씨는 병원과 심리상담센터를 찾아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상반기 공채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지만 취업전쟁에서 승리한 사람은 10명 중 2명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도 이들에게는 비수로 다가온다.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준비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준비생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10.7%로 지난해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역대 가장 높은 청년실업률을 기록한 지난해(9.0%)보다 더 높아졌다. ◆10명 중 8명이 '취업 고배'=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 858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공채 중간점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17%만 상반기 공채에서 최종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8명은 쓴맛을 봤고 하반기 공채를 준비해야 한다.이번 상반기 공채에서 서류전형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39%에 달했다.또 면접전형에 가본 응답자 중에서도 떨어진 경험을 가진 취업준비생들이 66%나 된다.취업준비생들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탄할 수도 없다. 취업준비생들은 많게는 30곳 이상의 기업에 서류를 낸다. 설문 조사 결과 지원한 기업 수가 1~5곳이라는 응답이 43%로 가장 많았고 ▲5곳 이상~10곳 미만 16.6% ▲10곳 이상~20곳 미만 15.3% ▲30곳 이상은 14%였다.◆취업준비 길어지면 찾아오는 '취업 사춘기'= 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취업준비생들의 스트레스도 늘어난다. 일명 '취업 사춘기'를 겪게 된다. 구직기간이 장기화되거나, 취업에 실패하면서 자신감이 사라진다.사람인에 따르면 구직자 720명 중 87.5%가 취업 사춘기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57.5%가 현재도 취업 사춘기 상태라고 답했다. 평균적으로 구직활동 기간이 4개월이 넘어서면 취업 사춘기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취업 사춘기의 증상은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거나,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꾸 우울해지고, 구직 의욕이 사라지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다.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질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10명 중 9명이 우울증이나 만성피로, 소화불량 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세는 수면장애(45.2%)다. 이 밖에도 ▲만성 피로(42.6%) ▲우울증(39.1%) ▲소화불량(37.3%) ▲대인기피증(27.1%) ▲불안장애(26.9%) 등을 겪고 있다. ◆무기력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취업 사춘기를 겪고 있는 구직자의 90.8%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고 대답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거나(43.9%ㆍ복수응답), 운동이나 취미생활하기(42.7%), 혼자만의 시간 갖기(38.3%) 등이다. 취업준비에 더욱 매진(36.7%)하거나, 구직을 멈추고 쉰다(34.3%)는 대답도 상당수다.전문가들은 막연한 목표를 가지고 취업 준비에 뛰어들면 무기력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취업준비생이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불리지만 개인마다 처한 조건은 다르다. 본인의 상태를 명확히 직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취업에 대한 목표를 뚜렷하게 세우는 것이 좋다.또 모든 상황을 본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취업의 결과는 본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을 스스로 이겨낸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막연한 목표만 세워 준비하거나 왜 준비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으면 우울감에 빠지기 쉬운데 이를 우울증으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무기력증을 덜 경험한다"고 설명했다.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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