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의 꿈 '메이저 우승, 그리고 올림픽'

BMW PGA챔피언십 우승과 함께 '기회의 문' 활짝, 2주 휴식 후 US오픈 우승 '정조준'

안병훈이 BMW 우승과 함께 PGA투어 진출과 메이저 우승, 그리고 올림픽 출전이라는 원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다음 목표는 메이저, 그리고 올림픽."'BMW PGA챔피언십 챔프' 안병훈(24)이 원대한 포부를 공개했다. 최근 프레지던츠컵 조직위원회와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4대 메이저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에 집중해 내년에는 반드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하겠다"며 "빠른 시일 내에 메이저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아이리시오픈 직후 2주 간 유러피언(EPGA)투어를 쉬고 오는 18일 밤(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유니버시티플레이스 챔버스베이골프장에서 개막하는 US오픈(총상금 900만 달러)을 새로운 타깃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버지 안재형씨 역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US오픈이 열리는 챔버스베이는 (병훈이가) 2010년 US아마추어에서 4강에 진출했던 코스라 공략이 한결 편할 것"이라고 한껏 기대치를 부풀렸다.▲ 2010 US아마추어와 2015 BMW PGA챔피언십= 안병훈의 골프인생에 큰 획을 그은 무대다. 2010년 당시 36홀 매치플레이로 열린 109회 US아마추어 결승전에서 벤 마틴(미국)을 무려 7홀 차로 대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 17세11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챔프의 계보를 이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상징성을 더했다.안재형씨는 "US아마추어 챔프라는 타이틀 덕분에 어렵지 않게 데이비드 레드베터(미국)의 교습을 받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시간 당 250달러, 교습비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지만 웬만한 선수들은 만나기 조차 쉽지 않은 세계적인 교습가다. 186cm에 96kg의 건장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거리포가 선천적이라면 이 과정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발군의 숏게임 능력을 장착한 셈이다. 지난 25일 잉글랜드 서리 웬트워스골프장에서 끝난 BMW PGA챔피언십 우승은 골프신동이 월드스타로 도약하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며칠이 지나서야 얼마나 큰 일을 해냈는지 깨달았다"는 안병훈은 "투어카드 유지와 상금랭킹 60위권 진입, 우승 등 3가지 목표가 한방에 해결됐다"며 "무엇보다 메이저 출전권을 얻은 게 너무 기쁘다"고 환호했다.

안병훈의 2009 US아마추어 우승(왼쪽)과 2015 BMW챔피언십 우승 장면.

▲ 월요일의 우승 데자뷰= BMW 우승에 대해서는 12번홀(파5) 이글을 먼저 떠올렸다. 1타 차 선두를 달리는 박빙의 상황에서, 그것도 홀 앞에 멈추는 '알바트로스성 이글'로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월요일 연습라운드 때 캐디에게 6타 차 선두로 72번째 홀을 맞는다면 대단할 거야라고 말했다"는 안병훈은 "캐디가 마지막 퍼트를 끝낸 후 다시 그 이야기를 꺼냈다"며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 정말 놀랐다"고 소개했다. 캐디 딘 스미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모든 샷을 하기 전에 긴장했고, 스미스는 내 긴장을 푸는데 집중했다"며 "축구 이야기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지만 스미스는 평소 뉴캐슬을 응원했다"며 "스미스는 최종 4라운드가 열린 일요일에는 뉴캐슬이 2부 리그로 강등 당할까봐 안절부절했다"는 에피소드를 곁들였다. BMW 우승은 사실 안병훈에게 '기회의 문'이 됐다. 세계랭킹이 132위에서 54위, 3일 현재 52위까지 치솟았다. 세계랭킹 '톱 50'은 메이저와 WGC시리즈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PGA투어와 PGA투어는 4대 메이저와 4개의 WGC시리즈를 공유하고, 여기서 얻은 상금은 양대 리그 상금랭킹에 그대로 반영한다. 안병훈이 2부투어격인 웹닷컴투어를 거치지 않고 PGA투어에 직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09년 US아마추어 우승 당시 안병훈과 캐디를 맡았던 아버지 안재형씨(오른쪽).

▲ 프레지던츠컵과 올림픽= 국내 팬들에게는 안병훈이 한국이 포함된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팀에 선발된다는 게 반갑다.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유럽 제외)이 격돌하는 대륙간 골프대항전이다. 올해는 특히 10월 한국에서 열린다. 문제는 한국선수가 없다는 대목이다. 미국과 유럽선수들을 제외한 세계랭킹 순으로 10명, 여기에 단장 추천으로 2명이 합류한다. 한국은 안병훈이 처음 9번째 자리를 확보했다. 최경주(45ㆍSK텔레콤) 수석 부단장이 서둘러 축하 전화를 한 이유다. 안병훈은 "모국에서 전 세계 12명의 인터내셔널 플레이어에 포함돼 플레이한다는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소감을 피력했다. 최경주의 '노래방 단합대회'에 대해서는 "음치라 노래는 못하고 팀원들이 노는 것을 구경만 하겠다"고 쑥스러워 했다."최근들어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2016년 리우올핌픽에 대한 꿈도 꾸기 시작했다. 아버지 안재형씨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남자복식 동메달을, 어머니 자오즈민은 중국대표로 나서 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인내가 중요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며 "내가 부모님처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투지를 불태웠다.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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