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럼]토끼는 달이 아닌 다른 위성에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전시팀장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흥미로운 소재다. 우주에는 너무나 많은 세계가 있고 그중에는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고 있는 곳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최초로 외계 생명체와 만나는 일이 영화에서처럼 어느 날 대도시 상공에 비행접시가 출현하는 식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마도 인류가 보낸 탐사선이 태양계의 어딘가에서 미생물과 같은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장소는 현재로서는 가장 많은 탐사선이 방문했고 지금도 탐사선들이 활동하고 있는 화성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화성은 선뜻 만족스러운 결과를 제공해주지 않고 있다. 화성에 적어도 과거에는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긴 하지만 현재 살아 있는 생명체를 화성에서 발견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 결정적으로 화성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든지 액체가 필요하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가 생명체 안팎으로 이동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분자는 고체를 통해서는 쉽게 이동하지 않으며 기체 상태에서는 쉽게 퍼져서 흩어져 버린다. 그러므로 분자를 구성하는 물질을 유지하거나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액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액체가 반드시 물일 필요는 없지만 여러모로 볼 때 물이 가장 유리하다. 물은 상당히 넓은 범위의 온도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고, 물 분자는 극성을 가지기 때문에 다른 액체들은 불가능한 화학결합을 할 수가 있다. 또한 물은 다른 액체와 달리 고체 상태인 얼음보다 밀도가 높다. 이런 물의 특별한 성질 덕분에 겨울에 연못이나 호수가 얼어도 그 밑에 물이 있어 생명이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태양계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가장 풍부한 곳은 지구가 아니라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다. 유로파는 대부분이 암석 물질로 만들어져 있지만 물로 이루어진 두꺼운 외피를 가지고 있다. 이 껍질의 가장 외곽 부분은 단단하게 언 상태이며, 15~30㎞ 정도의 두께일 것이다. 이 밑에는 깊이가 80㎞나 되는 물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유로파는 지구보다 2~3배나 많은 물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2005년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표면에서 우주로 뻗어 나오는 얼음과 수증기의 기둥을 발견하여 충격을 주었던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에도 많은 양의 물이 있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다. 카시니호가 관측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엔켈라두스에는 남한 면적의 80%에 달하는 바다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여기에는 인, 황, 칼륨 같은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미생물과 같은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또 하나의 태양계 가족은 토성의 위성 타이탄이다. 타이탄은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 이어 태양계에서 두 번째로 큰 위성인데,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질소로 이루어진 짙은 대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타이탄의 표면은 너무 추워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지만 물 대신 액체 메탄을 사용하는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높은 유로파 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로파의 바닷속을 탐사할 오징어 형태의 로봇 개발 계획도 내놓았다.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제안한 이 로봇은 촉수를 이용하여 헤엄을 칠 수 있고 자기장에서 에너지를 끌어올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로봇이 최초로 외계생명체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내는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 밖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만나는 것은 언젠가는 일어날,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전시팀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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