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정상적 '공기업 선진화'론을 강요하다 국고 유출
한국석유공사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기관장(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자원의 자주개발을 목표로 국가 최고의 기관으로 육성시키려는 도전의식을 보였으며, 리더로서의 역할 모델을 구축하는데 성공하였다. 도전과 전문가정신이라는 차원에서 기관장은 M&A를 추진하였고, 이에 필요한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하였으며, 해외 생산원유 마케팅을 추진하는 등 다각적으로 노력하였다."(2009년 한국석유공사 정부경영평가보고서)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부실 계열사 인수에 정부가 '성공적'이라고 평한 정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정부가 비정상적 '공기업 선진화'론을 강요하다 국고 유출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에 따르면 2008년 석유공사가 경영평가에서 C등급 정도를 받았는데 (하베스트 부실 계열사를 인수한 뒤인)2009년 기관장 경영평가 A등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2008년과 2009년 펴낸 공공기관 평가 보고서를 보면 석유공사에게 평가 등급 C를 줬다가 1년 만에 A를 준 사실이 확인된다. 보고서는 "공격적인 해외 M&A를 추진하여 페루 페트로텍사, 캐나다 하베스트사, 카자흐스탄 숨베사에 대한 인수를 연속적으로 성공한 것은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된다"면서 하베스트 인수를 성과로 추켜세웠다. 하지만 정부가 '성공적'이라 한 2009년 10월 캐나다 정유회사인 하베스트 계열사 날(NARL) 인수 작업은 실은 '깡통'계약이었다. 감사원은 날에 대해 "조업 설비가 노후화돼 고장이 잦았고, 하베스트가 인수한 이후 적자가 나더라도 배당해왔기에 투자 재원이 없다"고 평했다. 결국 매입 5년 뒤인 지난해 8월 석유공사는 날을 1000억원에 팔았다. 1조원 이상 매각 손실을 남긴 채였다. 부실 계열사 인수로 강 전 사장 재임기간 동안 석유공사의 부채는 5조5000억원에서 18조5000억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도 73.3%에서 179.6%로 106.3% 큰폭으로 증가했다.전 정권이 부실한 자원개발 계약을 두고 '자화자찬'한 정황은 '공기업 선진화론'의 허상을 보여준다. 2008년 '공기업 선진화'론을 내놓은 정부는 공기업 경영진에게 '실적주의'를 강조했다. 공기업 경영평가도 시작했다. 하지만 평가기준은 단기성 수치에만 국한돼 있었고, 이 때문에 신중하게 계약을 성사해야할 공기업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생겼다. 석유공사도 자주개발률(정부나 민간기업이 국내외에서 직접 개발, 확보한 석유ㆍ가스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비율)에만 집착해 경영평가를 잘 받으려다 1조원대 국고손실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검찰도 강 전 사장이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경영실적에 대한 '무언'의 압박 또는 실제로 받은 외압 탓에 이 '부실 계약'을 성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공사의 A본부장은 이에 "강 전 사장이 정부로부터 경영실적에 대한 압박을 느껴 심리적으로 초조한 상태였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오전부터 검찰에 출석해 16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강 전 사장은 하베스트 부실 인수와 관련해 "(최경환 당시 지경부 장관이) 지시하신 적은 없다. 보고는 저희가 했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