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반대 속 '용산 화상경마장' 31일 개장하던 날 가보니…
▲ 31일 용산 화상 경마장 개장일에 주민 대책위 등이 반대 집회·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 인근 의림빌딩 건물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화상경마장(마권 장외 발권소)이 마권 발매를 시작했는데 손님을 맞이하려는 한국마사회측과 주민들 간 신경전이 오갔기 때문이다.첫 마권 발매가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첫 경주는 10시50분이었는데 마권 발매 시작 10여분 만에 12명이 입장했다. 많은 손님이 찾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개장일 홍보가 덜 된 데다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개장 반대를 주장해온 영향을 받은 듯 보였다. 마사회는 지난 29일 밤 11시 보도자료를 내고 31일부터 마권 발매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낮까지만 해도 31일 개장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어 급하게 개장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상경마장 개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건물 앞에서 '학교 앞은 엄마가 지킨다', '도박 경마장 OUT'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에 나섰다.주민들은 마사회에서 개장을 강행하면서 근거로 든 설문조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마사회가 3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5.6%가 마권 발매 서비스 운영을 지지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설문에 참여한 '지역 주민'은 문화센터 이용고객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사회는 화상경마장이 들어선 의림빌딩의 2층부터 7층까지를 주부 노래 교실, 회의장소 대여 등이 가능한 문화센터로 활용하고 있다.용산 화상경마장 반대 주민대책위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래교실 등 문화센터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한 데다 마사회가 주인인 이상 경마장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히기도 어려운 입장인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기 때문이다. 용산구 주민 23만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설문조사를 한 것이 아니란 점을 지적한 것이다.이에 대해 마사회는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해 주민들이 우려하는 상황들을 철저히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입장객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입장료 가격을 2만~3만원으로 높였다. 서울 창동 화상경마장은 입장료가 5000원이다. 또 슬리퍼ㆍ7부바지ㆍ속옷차림ㆍ민소매 티셔츠 등의 복장은 입장할 수 없도록 '드레스코드'를 만들기도 했다. 경마장 바로 맞은 편에는 '렛츠런CCC 장학금 1인당 100만원 총 100명 지원'이라는 현수막을 붙여 사회적 기여를 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기도 했다.하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생각은 달라 영업을 두고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경마장 앞에서 만난 인근 성심여고 학생들은 "그런 돈으로 장학금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물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등이 나란히 학교 근처에서 화상경마장 영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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