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빛섬의 규제不能…'사슬에 묶인 배'에 묶인 규제

세빛섬 야경(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인류를 멸살시키려는 울트론의 '비전'을 막아내기 위해 슈퍼 히어로들이 고심에 빠졌다. 이들이 떠올린 조력자는 유전공학분야의 천재과학자 닥터 조(수현). 곧장 캡틴 아메리카는 닥터 조의 연구소를 향한다. 이때부터다. 한강의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가장 큰 섬인 가빛섬을 중심으로 채빛섬, 솔빛섬 등 3개의 섬 전경이 첨단의 기술연구 시설로 묘사돼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막에는 '대한민국 서울, 유전공학연구소', 영상에는 '세빛섬'이 비친다.개봉 2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어벤져스2'는 국내 팬들에게 더욱 특별하다. 러닝타임 총 141분 동안 서울 장면이 후반부에 10분가량 나오기 때문이다. 마포, 강남 등과 함께 세빛섬은 총 3차례 등장한다. 닥터 조가 적의 공격을 받고 쓰러져있던 곳도 연구소로 나온 세빛섬 내부였다. 영화 덕분에 세빛섬을 찾으려는 문의는 늘었지만 미리 검색하고 가는 게 아닌 이상 세빛섬이 영화 촬영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누군가가 말해줘야 "여기가 거기야?"라고 아는 상황. 명동에 질린 중국ㆍ동남아 관광객들에게도 신선한 장소, 뉴페이스를 소개할 절호의 순간이지만 세빛섬은 기회를 잃었다.

▲영화 '어벤져스2'에서 세빛섬은 유전공학분야의 천재과학자 닥터 조(수현)가 일하는 연구소로 등장한다.

옥외광고를 통해 알리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만 그 '간단한'일이 세빛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세빛섬은 '선박 규제'에 걸려 어떠한 옥외광고물도 부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빛섬 얘기에 '선박'이라니 뜬금없을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빛섬은 섬이 아닌 '배'다. 세빛섬을 운영하는 효성은 2011년 인공섬인 세빛섬을 선박으로 등록했다. 부유물을 띄워 그 위에 건물을 지은 플로팅 건축(floating architecture)물인데, 선박과 마찬가지로 부력에 의해 구조물의 하중에 저항하는 형태다.옥외광고물법 제4조1항에 따르면 세빛섬은 하천법상 하천, 국토계획법에 따른 녹지지역에 해당돼 광고물 설치 등이 금지돼 있다. 옥외광고물법 중 선박법에서는 기선(汽船) 및 범선(帆船)에 표시한 광고물만 교통수단 이용 광고물로 보고 있는데 세빛섬은 부선(艀船)에 해당한다. 부선은 동력 설비가 없어서 혼자 이동이 불가능한 배다. 쉽게 말해 같은 배라도 이동을 목적으로 하는 '움직이는 배'라면 광고물을 붙일 수 있지만, 세빛섬은 말그대로 '둥둥 떠있는', 한 자리에 멈춰있는 배이기 때문에 규제된다는 설명이다. 그간 전시행정, 예산낭비라는 오명을 쓰며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세빛섬이 국내외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움직이지 않는 배'인 세빛섬은 홍보기회를 상실했다. 세빛섬에는 '어벤져스 촬영지'라는 플래카드조차 부착할 수 없다.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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