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개 드는 것 맞나?' 정부 또 장밋빛 진단(종합)

기재부 그린북 발간..5달째 '긍정적 조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정부가 우리 경제 상황을 또 다시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최근 수출이 급감하는 등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와중에 장밋빛 분석을 고수하면서, 일각에선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기획재정부는 12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고용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고 저유가로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나, 생산ㆍ소비ㆍ건설투자 등 실물지표가 월별 등락을 보이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완만한 개선흐름을 보이며 지난해 4분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특히 엔화 약세와 세계경제 회복세 지연 등 대외 불확실성에도 저유가와 주택 등 자산시장 회복이 점차 소비ㆍ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경기회복의 긍정적인 신호가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올 들어 정부의 경제진단은 동어반복 수준이다. 월별 그린북 내용을 돌아보면 ▲"내수 회복세가 공고하지 않지만 긍정적인 조짐은 확대되고 있다"(1월) ▲"내수 회복의 긍정적인 조짐이 확대되고 있다"(2월) ▲"소비와 투자심리 개선 등 긍정적 조짐이 있다"(3월) ▲"고용증가세가 확대되고 설 이동(1월→2월) 효과 등 일시적 요인으로 주춤했던 산업생산이 반등하는 등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되는 모습"(4월) 등으로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경기는 정부가 바라보는 시각과 거리가 있다. 우선 지난달 수출액(통관기준)이 462억1800만 달러로 작년 4월보다 8.1% 떨어지는 등 올 들어 수출액이 4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감소폭은 1월 -0.9%, 2월 -3.3%, 3월 -4.3%로 점점 커지고 있다. 소비 부진에 따른 내수 둔화로 경기 회복세도 올 1분기(1∼3월)부터 예상보다 더딘 흐름이다. 결국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3.3%)보다는 나을 것으로 봤던 경제 연구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5년째 경기 회복의 심리적 기준선인 4%대에 못 미치게 된다.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부동산과 주식시장만 잠시 활황 국면을 맞고 있지 경제 전반으로는 회복세라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잠재성장률 감소 추세도 고착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기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낙관적인 진단이나 소비자심리지수(CCSI) 등 심리지수를 들이밀며 시장에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이는 대안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의 신뢰도만 떨어뜨린다"고 꼬집었다.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가 소비나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준금리 추가인하 등 실질적인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조언이다.한편 그린북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6%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 늘었다. 3월 소매판매는 의복 등 준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의 판매가 감소하면서 전달보다 0.6% 줄었다. 4월에는 승용차 및 차량연료 판매가 늘고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도 큰 폭으로 증가해 소매판매가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고 기재부는 관측했다.부동산 시장과 관련, 김병환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호조세가 얼마나 이어질 지는 잘 모르겠지만 거래량 증가가 산업 전반에 심리적으로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승 곡선을 그리다 가격 조정 압력을 받는 중인 주식시장에 대해선 "실물 경기가 뒷받침돼야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3월 광공업생산은 전자부품(-7.7%), 1차금속(-4.3%) 등을 중심으로 전달보다 0.4% 줄었다. 4월 광공업생산은 IT 신제품 출시 효과 등으로 개선세를 보일 전망이나, 석유화학업계에서 정기보수에 들어가는 등 제약요인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소비자물가는 저유가와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등의 공급 측 요인으로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근원물가가 1월 이후 4개월째 2%대 상승세를 지속하는 점에 기재부는 주목했다. 4월에 무역수지 흑자 행진은 지속됐으나, 수출(전년 동월 대비 8.1% 감소)보다 수입 감소폭(-17.8%)이 더 컸다. 올 1분기 설비투자는 전기와 비슷했으나 건설투자는 전기 대비 7.5% 증가했다.4월 주택 매매가격은 전달보다 0.4% 상승했고, 전세가격은 0.6% 올랐다.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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