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옥스만 교수, 소화기관 본따 디자인
▲빛을 내는 속바지. 인간의 소화기관을 본땄다.[사진제공=MIT미디어랩/뉴사이언티스트]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이 옷을 입으면 스스로 광합성을 하고 빛을 발합니다. 빛을 발하는 것은 물론 향기를 방출하기도 합니다. 미생물 공장이라 부르는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이 속바지를 입어 보실 의향은 있으신지요?"웨어러블(wearable)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웨어러블은 '입을 수 있는' 컴퓨터 기능을 가진 무엇(입고, 끼고, 신는 것 등)을 뜻합니다. 입을 수도 있고, 손에 낄 수도 있고, 다리에 붙일 수도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미생물을 이용한 새로운 웨어러블 디자인을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실 웨어러블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군과 산업 분야에 이용됐습니다. 최근 웨어러블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배경에는 이런 기술을 인간의 신체에 직접 입히겠다는 것 때문입니다. 인간이 입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유연성과 편리성은 기본이 돼야 하겠죠. 더 나아가 기존의 옷감에 전자재료를 입혀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제품까지 나오고 있습니다.◆3D 프린팅의 입는 미생물 공장 = 최근 뉴사이언티스트 등 해외 과학매체들이 '미생물을 이용한 웨어러블 디자인' 제품을 소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간의 소화기관을 본 따 만든 속바지입니다. 넉넉하게 큰 이 속바지는 두 개의 미생물을 품게 되는데 바로 남세균(cyanobacteria)과 대장균(E.coli)입니다. 이 속바지의 특징은 미생물이 스스로 빛을 내뿜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제품은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를 디자인한 MIT의 네리 옥스만(Neri Oxman) 교수는 이를 두고 '입을 수 있는 미생물 공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옥스만은 미래에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입을 수 있는 제품을 기본 개념으로 삼았습니다. 이 기초 개념에서 출발해 소모성 품목을 만들어 이를 통해 향기를 내뿜는 것을 만든 것이죠. 예전에도 옥스만 교수는 비슷한 제품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이번 제품은 3D 프린팅을 통해 다양한 반복 작업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람에 의해 다시 수정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의상인 것이죠. 문제는 이 제품이 인간이 직접 입기에는 아직 부드럽고 유연하지 못하는 점에 있습니다. 많이 경직돼 입기가 불편하다는 것이죠. 옥스만 교수도 이 점을 인정합니다. 옥스만 교수는 "아직 실용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연구팀원들이 번갈아 입는 것을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옥스만 박사는 현재 제품을 두고 '신데렐라 효과'라고 표현합니다. 즉 제품은 이미 규격이 정해져 있는데 입었을 때 그 제품에 맞춰 입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겁니다. 마치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처럼 말이죠.
▲옥스만 교수
◆미생물로 광합성하고 빛 만들다 =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품이 눈에 띄는 것은 '특별한 기능'에 있습니다. 미생물을 이용한 독특한 기능에 주목한 겁니다. 옥스만 교수는 "남세균은 광합성을 통해 적당한 양의 자당과 설탕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비밀스러운 빛을 만들어내는 단백질 합성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옥스만 교수의 이 같은 연구에 대해 패션 전문가들은 "매우 독특하고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생물을 이용한 웨어러블을 직접 인간이 착용하기 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유연성은 물론 대중화까지 가격 문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제품이 나올 만큼 웨어러블 시대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군대·산업용에서 일반 대중으로 = 여기서 웨어러블의 역사를 잠깐 살펴볼까요. 사실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군대와 산업에서 시작됐죠. 군대에서는 일찍부터 군인들이 착용하는 제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극한 상황에서 작전을 벌이거나 최악의 조건에서 근무하다 보니 이를 보호해야 할 장비가 필요했던 것이죠. 산업 분야에서도 웨어러블의 역사는 짧지 않습니다. 공장 등에서 인간을 대신할 제품이 필요했고 혹은 인간이 이를 착용해 보다 편리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했던 것이죠. 이처럼 웨어러블 기술은 어느 순간 튀어나온 것이 아닙니다. 이 같은 웨어러블 기술이 두 번째로 적용된 곳이 메디컬과 헬스케어 분야입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조용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걷게 하거나 혹은 신체에 착용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것 등의 기술로 발전한 것이죠. 메디컬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웨어러블은 친숙한 분야 중의 하나입니다. 최근 환자복에 나노기술을 접목해 피나 오염 물질을 자동 분해하는 제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웨어러블 분야가 바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분야입니다. 사물인터넷은 최근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는 정보기술(IT)의 한 분야입니다. 특히 스마트 홈과 교육·게임용에 집중돼 있습니다. 웨어러블 시장의 역사는 군대·산업용에서 헬스케어로, 지금은 점점 일반 대중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최근 웨어러블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기존의 옷감에 전자재료를 구현하는데 있다"며 "이런 특징으로 미래에 펼쳐질 웨어러블은 입는데 전혀 문제가 없고 기존 옷감에 얼마나 정밀하게 전자재료를 입히느냐에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유 교수는 실제 기존의 입는 옷감에 전자재료를 입히는 관련 특허를 국내와 해외에 동시에 출원했습니다. 유 교수는 "미래 기술이 어디를 지향하는지를 가늠하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웨어러블 기술"이라며 "웨어러블에 대한 집중 연구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새로운 기술을 살리기 위한 체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는 "웨어러블 컴퓨터에 대한 산업계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머지않아 웨어러블 컴퓨터가 헬스케어, 스마트 홈은 물론 사물인터넷 등과 융합해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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