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뉴스]모란 향기 있어…선덕여왕 일화 진실은

<B>☞ [짜장] (1) '과연 정말로'라는 뜻의 순우리말 (2) 춘장을 볶은 중국풍 소스.짜장뉴스는 각종 인터넷 이슈의 막전막후를 짜장면처럼 맛있게 비벼 내놓겠습니다. 과연? 정말로?</B>모란은 시인 김영랑이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으로 예찬한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실은 오랫동안 중국 문화권에서 가장 사랑받아온 꽃입니다.

창덕궁 대조전의 모란

꽃이 크고 화려한 모란은 화왕(花王), 백화왕(百花王), 만화(萬花王) 등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신라 때 설총이 지은 단편 산문 ‘화왕계’(花王戒)에서 의인화된 ‘꽃 나라를 다스리는 화왕’도 모란입니다. 모란이 피어날 때면 떠오르는 역사 속 일화가 선덕여왕의 지혜를 전하는 다음과 같은 기록입니다. 선덕여왕은 진평왕의 장녀로 이름은 덕만이었다. 진평왕 때 당 태종이 꽃씨와 함께 보내온 모란 그림을 보고 공주는 “이 꽃은 아름다우나 필시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씨를 심어 꽃이 피었는데 과연 그 말과 같았다. 신하들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았느냐고 묻자 그는 “꽃을 그리면서 나비가 없으니”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모란은 향이 없는 꽃이 아닙니다. 당나라 시인 피일휴(皮日休)는 모란을 다음과 같이 칭송했습니다. 봄의 잔홍이 지고 난 다음에 꽃을 피우니아름다운 그 이름은 백화왕이라천하무쌍의 아름다움을 서로 다투어서이 세상에 으뜸가는 향기를 홀로 차지하였네殘紅落盡如吐芳 (잔홍낙진여토방)佳名喚爲百花王 (가명환위백화왕)競誇天下無雙艶 (경과천하무쌍염)獨占人間第一香 (독점인간제일향)이 시에서처럼 모란은 그 자태는 물론 향기로도 사람들을 매혹시켰습니다. 선역여왕의 일화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당 태종이 보낸 그림 속에 나비가 없는 건 모란과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는 전통에 따라서라고 합니다.왜 모란 꽃 그림에는 나비를 넣지 않았을까요. 모란은 풍성한 꽃 모양 덕분에 부귀를 상징합니다. 나비는 80세 노인을 가리킵니다. 나비를 뜻하는 한자와 팔십노인을 뜻하는 한자 발음이 중국음으로 똑같아서 그렇게 연상한다네요. 모란과 나비를 같이 그리면 ‘80세까지 장수하고 부귀를 누리라’는 뜻이됩니다. 이 경우 부귀를 축원하는 뜻이 흐려지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군요. 중국에서 그림을 그릴 때 지키는 법식을 선덕여왕도, 신하들도, 이 일화를 각각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전한 김부식과 일연도 잘 모른 듯합니다. 오해는 근대에도 이어졌습니다. 사학자 문일평은 ‘화하만필’이라는 책에서 “한국의 화가들이 모란꽃을 그릴 때 나비를 그리지 않는 것은 선덕여왕의 영민함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썼습니다. 모란에는 분명 향기가 있습니다. 당 태종이 보낸 꽃에 향기가 없었다는 기록은 그럼 사실이 아니었을까요? 조용진 서울교대 미술과 교수는 “당시 중국에서는 원예술이 매우 발달했다”며 “모양이 화려한 형질을 키우느라 향기가 덜 해진 품종을 신라에 보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료)조용진, 동양화 읽는 법, 집문당이상희,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넥서스북스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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