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부양 문화 급변, 장남 위주 벗어나 가족·사회 공동 책임이라는 인식 높아져...과거 부모 부양 베이비부머들, 자식 다 키워놓고 노후도 스스로...1~2인 미니 가구 급증
부모생활비 부담 주체의 변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제는 부모가 자식들로부터 노후 부양을 기대하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계속된 핵가족화에다 빈익빈 부익부가 고착화된 '80대20'의 사회 속에서 평균 수명도 늘어나다 보니 자식들은 형편이 어려워 부모를 모시지 못한다. 부모들도 "차라리 따로 사는 게 속 편하다"고 여기게 됐다. 특히 최근 은퇴가 시작된 1차(1955~1963년) 베이비부머들의 경우 과거 부모 부양을 당연한 의무로 여겼고 자식까지 다 키웠지만 정작 본인들은 자식들의 부양을 받지 못하고 노후까지 스스로 챙겨야 하는 불운한 세대다. 일부 1차 베이비부머들은 이에 대해 "평생 편히 쉬지도 못하고 주인을 위해 고된 노동만 하는 '노새'와 같다"고 신세한탄을 하고 있다. 26일 서울시가 발간한 '통계로 본 서울 가족구조 및 부양변화' 자료에 따르면, 1~2인으로 구성된 미니 가정이 늘어나고 가구주가 고령화되면서 부모 부양 문화가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자식 그중에서도 장남이 부모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부모 스스로가 알아서 노후를 챙기고 있고, 부모 부양을 자식 뿐만 아니라 정부나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실제 서울서베이 조사 결과 부모 부양이 가족의 전적인 책임이라는 의식은 2002년 64.8%에서 지난해 31.2%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반면 가족과 정부ㆍ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는 견해는 같은 기간 22.3%에서 48.2%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도 112.3%에서 16.4%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자녀들과 같이 살고 싶다는 노인들도 줄어들고 있다. 60세 이상 노인 중 자녀와 동거하고 싶다는 비율은 2002년 49.2%에서 2013년 28.6%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노인들은 49.3%에서 71.4%로 대폭 증가했다. 현재 60세 이상 인구 중 자녀와 동거하는 이들은 45.2%, 비동거가 54.8%로 나타났는데, 자녀와 따로 사는 이유로는 편해서가 35.3%, 본인의 독립생활이 가능해서 34.0%, 자녀에게 부담될까봐 23.0% 등의 순이었다. 자녀와 같이 살고 있는 이유로는 자녀를 돕기 위해 46.5%(경제적ㆍ건강상 이유로 자녀 독립 불가능 39.7%, 손자녀 양육 및 가사 지원 6.8%), 본인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 30.6%, 모두 독립생활이 가능하지만 같이 살고 싶어서는 16.5% 등이었다.
부모 부양 주체에 대한 의식 변화
부모의 부양비를 대는 주체의 변화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가구주 부모의 생활비를 부모 스스로 해결한다는 사람이 1998년 44.5%에서 2014년 58.2%로 증가해 노후에 대하여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또 1998년에는 부모 생활비 주제공자가 자녀라는 응답이 55.4%로 절반이상을 차지했으나, 2014년 41.8%로 감소해 노부모 스스로 생활비를 해결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부모의 생활비 주제공자이더라도 장남 등 특정 자녀가 아니라 공동으로 부담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장남이 부모 생활비를 댄다는 사람이 1998년 23.5%에서 2014년 8.1%로 줄고, 모든 자녀가 부양한다는 응답이 10.8%에서 22.4%로 증가했다. 한편 최근 15년새 서울 지역 가족 중 '부부+미혼자녀'의 비율이 계속 줄고 있다. 2000년엔 49.8%로 절반 가까이였지만,올해 들어 33.6%로 줄어들었다. 반면 1인ㆍ부부ㆍ한부모ㆍ조손 가구 등 1~2명만으로 구성된 미니 가정의 비율이 2000년 34.6%에서 올해 51.7%로 17.1%p 급증했다. 특히 15년 후인 2030년이 되면 부부+미혼자녀 가구 비율이 25.4%로 감소하는 대신 d미니 가정의 비율이 60.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구당 평균 가족 수도 대폭 줄고 있다. 1인 가구는 2000~2015년 사이 47만9000가구, 2인 가구 37만2000가구 각각 늘어난 반면에 4인 가구의 경우 27만9000가구 줄었다. 특히 향후 15년 동안 1인 가구 23만5000가구, 2인 가구 35만7000가구 각각 증가하고 4인 가구는 19만7000가구 줄 것이라는 게 시의 예측이다. 노령화에 따라 나이 든 가구주도 급증하고 있다. 60세 이상 가구주는 2015~2030년 81만4000가구 늘고 기간별 비중은 2000년 15.2%→2015년 27.1%→2030년 44.4% 변동이 전망됐다. 전적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만 해도 가구주의 주요 연령층은 30대(26.1%)와 40대(27.2%)에서 전체 과반이 분포됐지만 올해는 50대(23.4%)와 60대(27.1%)가 절반을 넘었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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