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 무학과 단일학부 운영 등 독특한 교육 시스템
▲대국경북과학기술원의 야경.[사진제공=DGIST]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비슬산에는 지금 참꽃(진달래)이 활짝 피었습니다. 비슬산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현풍면에 있습니다. 해발 1000m에 참꽃은 군락지를 이루며 무더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분홍빛이 바람에 흔들리면 바라보는 사람도 살짝 흔들립니다. 꽃에 취하고, 바람에 날리고, 사람 냄새에 취하는 곳. 비슬산 참꽃의 거부하지 못하는 유혹입니다. 비슬산을 마주보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이 학교에 한 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총장실을 불쑥 찾아왔다고 합니다. 학생이 총장실에 부모와 동행해 들어선 것은 뜻밖의 일이었습니다. 학생은 총장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DGIST에 입학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허락지 않습니다. 총장님께서 우리 부모님을 제발 설득해 주세요."단도직입적인 주문이었습니다. 신성철 DGIST 총장이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신 총장은 "DGIST에 입학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되물었습니다. 학생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와 제 주변의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고 싶습니다. DGIST가 이런 제 생각과 가장 알맞은 곳인데 부모님이 반대하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신성철 총장이 학생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제공=DGIST]
DGIST는 올해 두 번째 신입생을 선발한, 그야말로 역사가 아주 짧은 대학입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이른바 서울의 유명한 대학에 갈 수 있는데 잘 알려져 있지도 않은 DGIST를 간다고 하니 부모로서는 반대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신 총장은 이 학생의 말에 전율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DGIST 추구하는 교육 철학을 이 학생이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줬고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 것이죠. 어느 대학이든 교육철학은 있습니다. 그 철학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은 아닌데 중요한 것은 학교가 그런 가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을 담고 있죠. DGIST의 교육 철학은 3C에 있습니다. 3C는 창의성(Creative), 공헌(Contribution), 돌봄(Care)을 뜻합니다. 신 총장은 "창조성은 어느 대학이든 추구하는 공통된 교육 이념"이라며 "공헌과 돌봄은 DGIST가 앞으로 키워나가야 할 인재상을 강조하는 말이고 DGIST가 추구해야만 할 교육 철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DGIST는 올해 신입생을 뽑으면서 2학년생이 생겼습니다. 시작단계에 있는 학교입니다. 학부생 357명, 석사 142명, 박사 78명, 통합과정 92명 등 총 669명의 미래 인재들이 꿈을 키우고 있는 곳입니다. DGIST는 무학과 단일학부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전자교재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독특한 교육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3학년까지 무학과 단일학부에서 공부한 뒤 4학년이 되면 트랙별 맞춤교육을 받게 됩니다. 융·복합 시대를 맞아 기초과학은 물론 공학과 인문학까지 모두 학부과정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신 총장은 "대학은 학문을 탐구하면서 자신의 꿈을 키우는 곳이고 또한 자신이 개척한 학문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사람들을 돌본다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며 "시작 단계에 있는 DGIST가 그런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앞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슬산에 활짝 핀 참꽃의 냄새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듯 DGIST는 '공헌과 돌봄'이란 향기를 우리나라에 흠뻑 퍼트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비슬산에 참꽃이 활짝 피었다.
대구=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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