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최근 정치권을 들썩이게 한 핫이슈는 단연 '비타500'이다. 지난 15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2년 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이 든 비타500 박스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후부터다. 이 총리가 불법자금을 받은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덩달아 비타500에 대한 관심까지 높아진 것이다. 이는 순식간에 인터넷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퍼져나갔다. 이 총리와 비타500을 소재로 한 각종 패러디물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고, 시민단체들은 비타500을 집회에 활용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타500은 화제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5만원권 600장이 박스에 충분히 들어간다. 넣어봤다"면서 비타500 박스를 손에 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타500 사은대잔치'라는 제목으로 '축 3000만원 당첨'이라고 적힌 비타500 병뚜껑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비타500의 새이름'은 꿀꺽3000이라며 "꿀꺽3000을 드시면 부분적 기억상실에 걸릴 염려가 있으니 부작용에 유의하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비타500의 유사품엔 주의가 요망된다. 정신적 충격과 비탄감으로 멘붕(멘털붕괴)에 빠지고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물질이 포함돼 있으니 반드시 공개된 장소에서 확인 후 드시기 바랍니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의 반응은 야당과 사뭇 다르다. "어디 무서워서 비타500 마시겠나"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고 한다. 한 의원은 "앞으로 비타500 박스를 선물로 받으면 그 속이 궁금해질 것 같다. 받기 전에 손으로 대강 무게를 측정해볼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곤혹을 치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뇌리에도 비타500이 강하게 박힌 듯하다. 김 대표는 최근 4ㆍ29 재보선 유세차 방문한 인천 강화군의 한 농협에서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여기 비타500은 가져오지 마세요"라고 하고, 사무실을 나가면서 구석에 있는 비타500 박스를 보고 또다시 "비타500 저기 있네"라고 농을 던져 좌중을 웃게 했다. 한 야당 의원은 "이번 사건은 (비타500으로) 희화화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정경유착, 불법자금 수수와 연관된 엄중한 사건"이라며 농담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야당 의원은 "아무래도 비타500을 받아 마시는 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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