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배임을 형법으로 처벌하는 주요 나라는 독일과 일본, 한국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형법 제355조에서 배임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제355조(횡령,배임) ②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배임죄를 두고 법조계에서 논란이 일어난 지 오래됐다. 기업 경영진이 내린 의사결정에 대해 결과를 놓고 판단해 회사와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처벌하는 것이 합당하느냐가 쟁점이다. 발생한 손해는 민사상으로 배상을 받도록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뤄질 때엔 위법인지 합법인지 가리지 못하는 어느 행위에 대해 결과가 나온 다음에 그 결과가 좋으면 법을 어긴 게 아니고 나쁘게 드러나면 어겼다고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게다가 기업 경영상의 의사결정에는 불확실성이 내포돼 가능한 모든 정보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더라도 얼마든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예측이 빗나가고 판단이 틀렸다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묻는 법 조항과 집행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킨다. 배임죄를 처음 만든 독일은 ‘경영 판단의 원칙’을 두고 있다. 이는 당사자가 회사 이익을 위해 합리적인 시도를 했다는 근거가 충분하거나 해당 행위가 적절한 정보ㆍ규정에 근거한 것이라면 배임죄를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전국경제인연합은 20일 독일처럼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할 것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전경련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배임죄가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한 데 대응해 이 건의를 내놓았다. 헌재는 대법원이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존중해 배임죄 조항을 엄격히 적용하는 경영 판단의 원칙을 수용하고 있다며 배임 조항 자체가 위헌은 아니라고 결정했다. 전경련은 그러나 법원에서 경영 판단의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제시한 대법원 판결 이후 관련된 37건 중 절반 정도인 18건에서만 경영 판단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12건에서는 고등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이 경영 판단의 원칙 적용 여부에 따라 갈렸다고 예시했다. 독자께서는 이 칼럼이 합당하다고 여기시는지. 그러한지 그렇지 않은 지는 여기 담긴 주장이 현실에 반영되는지 아닌지에 달렸다고 보시는지.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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