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이것이 바로 별건수사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검찰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하 변양호)을 외환은행 매각과 현대자동차 로비 사건으로 얽어 2006년 6월 이후 4년 4개월 동안 두 번 구속하고 각각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검찰의 목표는 변양호가 아니었다. 변양호는 "대검 중수부의 한 검사가 '윗사람에 대해 말해주면 변 국장은 모든 것을 털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현대차 로비 자금을 받지 않았느냐는 혐의로 변양호를 구속한 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그의 '윗선'을 잡기 위한 별건수사를 벌인 것이다.  별건수사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기 어려운 경우 해당 사건과 관련 없는 사실을 수사하고 이것으로 피의자를 압박해 본건에 대한 자백을 유도하는 수사기법을 가리킨다.  현대차 로비자금 수사에서도 검찰은 조사 대상자의 약점을 잡고 '이 사실을 눈감아줄 테니 변양호가 뇌물을 받았다고 허위로 진술하라'고 사주했다.  변양호에게 뇌물을 줬다는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사실은 전혀 없었다. 변양호의 친구 한모씨도 처음엔 변양호와 같은 얘기를 했다. 그런데 검찰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더니 한씨는 말을 바꿔 "김동훈이 변양호에게 무엇을 부탁하자 변양호가 몇 군데 전화를 해줬다"고 진술했다. 한씨는 집과 사무실 모두 압수수색을 당했다. 한씨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흐느껴 울었고 그 이후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양호의 친구 하모씨는 구속되기 전에는 그에게 금품을 준 적이 없다고 하다가 구속되자 진술을 뒤집었다. 하씨가 말을 바꾼 까닭은 공판에서 드러났다. 하씨의 부인은 투병 중이었고 검찰은 '(간병할 수 있도록) 풀어줄 테니 변양호에게 돈을 줬다고 위증하라'고 종용했다.  별건수사는 위법이라는 것이 학계의 다수설이다. 검찰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별건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09년 9월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별건수사를 금지하겠다"고 말했고 김진태 검찰총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별건수사를 통한 압박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최근 한 기업인이 검찰이 벌건수사를 벌여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다 죽이려 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큰 아들 활동비에 대해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하려 하는 걸 보고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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