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종의 환율이야기]직원 한명 때문에 은행 존폐 위기까지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환율은 날뛰는 망아지와 같다.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예측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환율을 두고 전세계 수천개 은행들은 외환딜링을 한다. 환율을 상품으로 놓고 베팅을 하는 거다. 내가 건 방향대로 움직이면 수익을, 아니면 손실을 거둔다. 날뛰는 망아지를 얕보다간 뒷발에 채일 수 있듯이 환율에게 크게 데인 곳도 있다. 지금까지도 외환딜러들 사이에선 전설과도 같은 '광주은행 사건'을 되짚어 보자. 1980년대는 국내 시중은행이 외환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때다. 당시 88올림픽 이후 우리나라 무역 규모가 급증하며 외환 딜러들의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던 시기였다. 외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외환딜링의 규모가 점차 커졌다. 광주은행도 그 중 하나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광주은행은 외환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며 배당을 할 수 없을 것이라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전체 수익에서 외환 수익 비중이 상당했다. 이 은행 외환딜러였던 조마노 차장은 광주은행의 대표주자였다. 외환딜링 수익이 이어지며 그는 승승장구했다. 1989년은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 달러 약세 시각이 주를 이뤘다. 조 차장은 그 해 달러약세에 올인한다. 달러 현물 및 선물을 매도하고, 대신 다른 통화를 대거 사들인 것. 문제는 그 해 달러는 그의 전망과 달리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결국 광주은행은 그 해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동안 344억원의 외환 손실을 입었다. 누적 손실을 견디다 못한 조 차장은 무단 결근을 했고, 광주은행과 금융당국은 그의 어마어마한 손실액을 뒤늦게야 파악했다. 당시 규모는 광주은행의 존폐의 위기로 몰아넣을 정도였다. 나중에 조 차장은 "시간만 더 있었으면 손실을 다 막을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손실을 다 막았을지, 광주은행이 사라졌을지는 모를 일이다. 광주은행 사건 이후 은행권의 외환거래 관리감독이 강화내고 내부 규정이 엄격해졌으니 마냥 잘못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는 걸까.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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