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軍수뇌부가 아침마다 보는 3대명장에서 느껴야 할 점

양낙규 기자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민구 국방장관이 장관실로 출근하려면 국방부 청사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한다. 엘리베이터 옆에는 명장 3명의 흉상이 나란히 서 있다. 바로 강감찬ㆍ이순신ㆍ을지문덕 장군이다. 이들 장군들은 각각 귀주대첩, 명량대첩, 살수대첩을 이끌었다. 귀주 대첩은 고려군이 거란족 10만 대군을 물리친 전투로 당시 고려왕인 현종은 총지휘자인 강감찬 장군에게 일곱 가지 꽃을 머리에 직접 꽂아주며 승리를 축하해줬다. 지난해 417년 만에 스크린에서 되살아나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한 명량대첩은 이순신 장군이 단 12척으로 330척 왜선을 무찌른 전투다. 명량에서 조선이 패했다면 일제 식민지가 300년 앞당겨졌을 수도 있었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조선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전쟁으로 기록돼 있다. 살수 대첩은 청천강에 둑을 쌓은 다음 수(隋)군이 강을 건널 때 둑을 터뜨려 제2차 고구려-수 전쟁을 고구려의 승리로 이끈 전투다. 삼국사기는 이 전투를 조선 최고의 역사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이들 명장들은 적군보다 많은 전력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다. 바로 부하를 이끄는 명장의 리더십과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천안함 5주년을 맞은 남북의 서해안 전력만 놓고 본다면 과거 대첩과 비슷해 보인다. 결코 우리 전력이 북한의 전력보다 우위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북한은 최근 스텔스 기능을 갖춘 고속함정(VSV)도 건조해 전력화 하는 것은 물론, 신형 잠수함을 건조해 탄도미사일 탑재를 위한 수직발사관 발사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대동-2급'으로 불리는 반잠수정도 서해 NLL 북쪽 해상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반잠수정은 수상함 공격용 어뢰 발사관 2기를 갖추고 있다. 백령도 맞은 편 고암포에는 공기부양정 60∼70척을 수용할 수 있는 예비 해군기지를 건설했다.국민들은 이럴때 일수록 옛 명장들을 떠올리며 굳건한 안보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군 수뇌부들을 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찹찹할 뿐이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현재까지 예비역 장성 5명 등 모두 24명을 재판에 넘겼다. 장성 출신 5명은 정모 전 해군참모총장(대장ㆍ구속), 윤모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ㆍ불구속), 천모 전 공군참모차장(중장ㆍ구속), 이모 전 해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 차장(준장ㆍ구속) 등이다. 지난 9일 뒤늦게 구속된 임모 전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소장)과 12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모 전 공군준장까지 포함하면 사법처리 된 예비역 장성은 7명이다. 하지만 방산비리를 뿌리채 뽑겠다는 국방부는 합수단 출범 후 구속된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을 석방하기까지 했다. 마치 방산비리 척결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다. 합수단에 참여하는 군관계자들이 방산비리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파견나간 것이 아니라 군수뇌부에 수사경과를 보고하는 연락망 역할에 불과하다라는 군안팎의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첩을 이끈 명장들이 이런 상황에 빠졌다면 과연 어떤 결단을 내렸을까. 자신의 살을 베어서라도 곪아터진 부분은 과감히 버리지 않았을까. 매일 아침 명장들의 얼굴을 보며 출근하는 군수뇌부들도 이제는 망설이지 말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야 할듯 하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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