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정치경제부 차장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지난 주말 동북아 외교가에 3년 만에 '큰 장'이 섰다. 한ㆍ중ㆍ일 외교장관이 서울에서 모처럼 만나 그간 3국이 여러 분야에서 공들여왔던 협력 사업들을 '난장'에 펼친 것이다. 3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것은 201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3국 외교장관회의의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한일, 한중, 중ㆍ일 등 양자 간 현안이나 과거사 문제와는 별개로 동북아 평화를 위해 3국의 관계 정상화를 도모해왔다. 3국 간 다양한 협력사업의 성과와 향후 발전방향을 논의하고 3국 정상회담의 토대를 마련한 이번 외교장관회의에 대해 우리 외교부가 "3국 관계의 복원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그러나 '장터'를 연 3개국 외교수장의 바람과 달리 흥행으로 연결됐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장터에 모인 손님이나 구경꾼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라는 상품에만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정작 '사드'라는 상품은 소개조차 되지 않은 데다 최고의 상품이라고 내놓은 '3국 정상회담 조기 개최'도 구체적인 판매(배치)시기와 장소라는 사용설명서가 빠져 손님들의 관심을 끌기엔 부족했다.이달 초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사건이 터진 후 급물살을 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적잖이 외교부의 속을 끓였다. 이달 중순 같은 시기에 방한한 미국과 중국 차관보급 인사의 설전은 절정에 다달았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중국의 우려와 관심을 중요시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고 이에 대해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배치되지도 않은 안보 시스템에 제3국이 언급하는 것은 의아하다"고 우회 비판했다. 여기에 우리 국방부도 "주변국이 우리 안보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되받으면서 외교 갈등 양상으로까지 비화했다.이 와중에도 외교부는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말을 아끼면서 미국과 중국이라는 빅2의 패권 싸움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눈치만 보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가입 문제에서도 외교부는 비슷한 입장을 취하면서 여론은 더 악화됐다.외교부에서는 "사드와 AIIB는 성격이 전혀 다른 문제인데 왜 같이 엮이는지 모르겠다"는 푸념과 "사드 문제는 국방부가, AIIB는 기획재정부가 주무부서인데 왜 외교부만 두드리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볼멘소리도 나왔다. 곧이곧대로 듣자면 틀린 말은 아니다. 주무부서도 아닌 외교부 입장으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사드나 AIIB 문제 모두 미국이라는 동맹국과 중국이라는 우호국 사이에 민감한 '뜨거운 감자'이니 말을 조심스럽게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두 현안에 있어 외교부가 주무부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유관부서다. 공론화가 되면서 모호함은 사라졌고 전략은 이미 노출돼 그 의미가 퇴색한 마당에 굳이 모호함을 전략이라고 유지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지난 주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이미 수차례 한국 정부가 말해왔다. 모두가 아는 것이며 공개된 것"이라고 했다. 사드와 AIIB 모두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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