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필수 증권부장
"미안하다. 여기가 아닌갑다." 처음 가는 회식 장소. 이사를 가면 한 달은 집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길치'가 초행 길을 제대로 찾을리 만무하건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후배들은 선배가 앞장 서 가니 알겠거니 하고 따라 온다. 결국 몇 차례의 "이 산이 아닌가벼"란 블랙 코미디를 거친 후에야 목적지에 도달하곤 한다. 그러면서도 급한 성격 탓에 계속 앞장 서 가니 믿고 따라오는 후배들까지 덩달아 발품을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게 밥집, 술집 찾는 일에 그치면 애교(?)로 넘어갈 수 있는데 업무에도 이어지니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일을 피하지 않고 앞장 서기는 하는데 나쁜 머리 탓인지 결과가 신통찮을 때가 많다. 이럴 때면 몇 해 전 유행했던 '멍부'론과 '똑게'론으로 대비되는 리더의 네가지 유형을 생각하게 된다. 네 종류 리더론의 원조는 2차 세계대전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독일의 만슈타인 원수다. 만슈타인은 장교를 뀬게으르고 멍청한 장교 뀬똑똑하고 부지런한 장교 뀬멍청하고 부지런한 장교 뀬똑똑하고 게으른 장교로 구분했는데 마지막 똑똑하고 게으른 장교를 장군이 될 최고의 후보로 꼽았다. 이른바 '똑게'(똑똑하고 게으른)형 리더인데 이 같은 유형은 자신은 방향만 잡아주고 구체적인 일은 참모들에게 위임을 하는 스타일이다. 이들은 자신은 유능하지만 업무분장을 제대로 하지 않는 탓에 일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똑부'형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과제를 완수한다. 최악의 리더는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형인데 똑똑하지 못하니 사리판단이 흐린데도 부지런하기 때문에 엉뚱하게 필요없는 일을 많이 만들기 때문이란다. 이들은 불필요한 전투와 무모한 작전을 감행해서 결국 아군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재앙에 가까운 리더란 설명이다. 이 대목을 생각할 때면 가슴이 움찔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모자라는 머리를 부지런함으로 때우며 버텨왔는데 이게 조직과 동료들에겐 재앙이 될수도 있다는 평가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2차대전 초기, 당시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프랑스와 영국 연합군을 초전박살낸 '낫질작전'을 입안하고, 소련과 동부전선에 혁혁한 전공을 세운 만슈타인도 전쟁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아무리 '신출귀몰'한 작전과 용병도 꾸준한 물량공세 앞에선 한계가 있었다. 비록 '멍부'라도 분명한 원칙과 꾸준함이 받쳐준다면 '똑게'를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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