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총 전자투표제 적극 활용하자

이번 주는 가장 많은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주간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모두 464개 상장사가 주총을 연다. 코스피 상장사가 284개, 코스닥 상장기업이 177개, 코넥스 기업이 3개다. 이 중 LG, SK텔레콤, CJ, 기아자동차, 네이버, KCC, 현대글로비스, 롯데제과 등 내로라 하는 상장사들은 대부분 20일에 주총을 연다. 이처럼 같은 날, 오전 9~10시에 몰아서 주총을 여는 '수퍼 주총데이'는 지배주주와 경영진 뜻대로 주총을 치르기 쉽도록 하기 위한 '꼼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물론 기업들도 할 말이 있을 수 있다. 결산일부터 석 달 안에 주총 승인을 받은 감사보고서 등을 당국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기간 등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이 3월에 주총을 열게 된다, 그러다 보니 특정일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그렇지만 여러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 주주들이라면 한날한시에 열리는 주총에 참석할 수 없어 주주권 행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기업들도 잘 알 것이다. 수퍼 주총데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주총을 상정된 안건을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기구로 전락시키고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권리 행사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주 권리 보호나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이런 주총 쏠림 현상이 없어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주총 분산 개최를 위해서 기업과 정부당국이 더 고민해야 한다. 감사보고서 제출시한 등 법적 제약을 완화하거나 상장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주총일정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주총장에 참석하지 않고서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자투표제가 그것이다. 주주들이 주총장을 가지 않고도 인터넷 전자시스템을 통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수 있는 전자투표제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활용이 저조하다. 기업들이 주주가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이는 주식회사 체제 근본에 대한 자기부정이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를 배척하고 주주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런 기업의 미래는 없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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