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을 둘러싼 정부와 기업 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어제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대 그룹의 올해 채용(계획)이 작년보다 6.3% 줄었다면서 "임금인상은 고용위축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양 측이 팽팽히 맞서는 '임금인상론'에 대해 차분히 짚어보고 이를 생산적 논의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당초 임금인상론이 제기된 취지를 살리되 임금인상은 변수가 많은 고차 방정식이라는 것부터 전제해야 한다. 그런 전제에서 정부는 더욱 세밀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고, 기업은 좀 더 유연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한 임금상승 필요성을 제시한 것은 국민경제 전반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현실의 복잡한 상황을 두루 살피는 데 미흡했다. 외국에서 임금인상이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실적부진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고려가 부족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 위주로 임금이 오르면 자칫 임금격차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엇보다 임금인상론 제기의 가장 큰 취지가 내수진작이었다면 정부는 임금인상 압박에 지나치게 매달리기보다는 왜 소비가 부진한지에 대한 이유를 더 깊이 살피는 것이 좋겠다. 국민들이 지갑을 닫는 것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 탓이 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자신이 최근 말했듯이 '가계와 기업이 자신감을 되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비심리 회복은 경제체질 개선 등으로 기업의 실적이 호전되고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성장의 과실이 각 부문으로 잘 돌아가는 구조가 되면 이뤄질 수 있다. 매우 어렵지만 그것이 근본적이며 확실한 처방이라는 것을 숙고해야 한다. 임금인상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너무 깊이 개입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결국 노사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는 만큼 산업ㆍ기업별로 사정에 맞게 논의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도 임금인상에 대해 거부감부터 가질 건 아니다.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는 건 좋지만 "공동체 일원으로서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에 공헌해야 할 책임을 깊이 인식한다"(전경련 기업경영헌장)는 스스로의 다짐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 임금 상승이 결국엔 기업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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