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외교부가 2012년 미얀마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진행하면서 제각각 사업을 벌인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 내용을 보면 기재부와 외교부는 또 같은 해 12월 우리나라의 ODA평가보고서 검토를 위한 프랑스 파리 국제회의장에서 보고서 수정을 놓고 공개적으로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유상 원조를 전담하는 기재부와 무상원조를 맡는 외교부는 국무조정실이 심의ㆍ조정한 내용을 이행하지도 않았으며 2010년부터 ODA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유무상 원조를 통합해 지원하는 중점협력국 26개국을 주먹구구식으로 지정하고 부적절하게 운영했다. 또 원조 집행기관은 사업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은 세계에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신한 유일한 나라다. 그런 국가의 공무원들이 자긍심을 팽개치고 국제회의장에서 원조문제로 다투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기재부와 외교부가 유무상 원조 관할권 다툼을 벌인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효율적인 공적 원조 집행으로 국제 신인도를 올려도 모자랄 판에 국제회의장에서까지 싸움판을 벌였으니 국제사회가 한국을 어떻게 봤겠는가. 우리나라의 올해 ODA 예산은 2조378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116억원 늘어났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ODA가 정부와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ODA 절대 규모는 여전히 낯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해 ODA 규모(17억4360만달러)는 2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6위에 머물렀고 경제규모 대비 원조 수준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은 0.13%로 28개 회원국 평균(0.30%)보다 크게 낮은 25위에 그쳤다. 하지만 경제력에 걸맞게 원조액을 급격히 늘리기는 어려운 것이 우리의 재정 현실이다. 그렇다면 기재부와 외교부는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서 어렵게 조성한 원조 재원이 가장 효과적으로 쓰이도록 하는 게 마땅하다. 국제사회에도 이를 잘 알려야 한다. 설사 이견이 있더라도 국익우선의 자세로 조정하면 될 일이다. 기재부와 외교부가 부처 이기주의에 매몰돼 대외 원조를 놓고 밥그릇 싸움의 양상을 보이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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