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무정자증과 성염색체 이상, 불임 문제로 가정불화…법원, 부부관계 파탄 상황 '이혼 인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남편의 무정자증과 성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불임은 ‘혼인 취소’ 사유가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보영)는 불임 문제로 고민하다 남편 A씨를 상대로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한 부인 B씨에게 승소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교사인 B씨는 의사인 A씨와 2010년 12월 결혼을 했지만 원만한 부부관계를 이어가지 못했다. 성생활도 드물었고 따로 자는 경우도 있었다.
대법원
B씨는 혼인 직후부터 아이를 가지길 원했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A씨는 병원에서 불임검사를 받았고 무정자증 진단과 성염색체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A씨와 B씨는 불임을 둘러싼 불화가 이어졌다. B씨는 A씨가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의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잘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결혼했다고 생각했고 혼인생활은 사실상 파탄상태에 이르렀다. B씨는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의 판단은 각기 달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불임을 알고도 B씨를 속이고 결혼했다는 주장과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불임이 부부생활을 계속 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사유라는 주장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서로 이혼을 원하고 있는 점, 별거기간이 상당함에도 관계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혼인관계의 파탄을 인정했다. 또 주된 책임은 B씨 심경을 위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A씨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남편 A씨가 부인 B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판단이 달랐다. 무정자증과 성염색체 이상에 의한 불임은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사유로 판단해 ‘혼인 취소’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매로 만나 혼인에까지 이르게 됐는데 배우자 일방은 상대방 직업이나 경제적 능력은 물론이고 2세에 대한 기대를 중요한 선택요소로 고려한다”면서 “혼인 전에 피고에게 위와 같은 사유가 있음을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는 엄격히 제한해 해석함으로써 인정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성염색체 이상은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불임이 혼인 취소 사유가 되는지에 관해 대법원에서 구체적 판시를 내는 첫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면서 “단순 불임의 경우 여성의 임신불능은 혼인예약의 해제사유가 아니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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