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27일 '마침내' 결정됐다. 이병기 국가정보원 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다. 현직 국정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옮긴 것부터 우려를 낳았다. 야당은 "정보정치 망령이 되살아날까 걱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친박 인사' 등용, '돌려막기'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사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를 차치한다면 이번 비서실장과 일부 내각 개편으로 여당과 정부의 3대 부문 인사 개편이 완료됐다는 의미가 있다. 당정청(黨政靑)이 모두 진용 개편을 끝내고 집권 3년 차를 맞게 된 것이다. 이제 새로운 3각 체제가 국정의 위기와 난맥상을 헤치고 어떻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러자면 새 비서실장부터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은 '비서실장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비서실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정부조직법에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기 위해 대통령비서실을 두며 실장은 정무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보좌'라는 것에 그 골자가 있다. 대통령과 내각이 일을 잘 하도록 '돕는' 것에 그 본분이 있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신임 이병기 비서실장은 자신이 직전까지 몸담았던 국정원의 '음지에서 양지를 위해 일한다'는 모토와 비서실의 직분이 상통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역할에 충실할 때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같은 사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무총리보다 더 중요한 자리인 것처럼 관심을 받는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한편 비서실장은 단지 관료가 아니라 정무직이다. 당과 정부, 무엇보다 민심과 대통령 간의 소통이 원활하도록 정무적이고 전략적이며 유연한 사고와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비서실이 거듭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과 정부가 제 역할을 할 때 궁극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당과 정부가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청와대의 '하명'과 '지침'을 받아쓰는 식의 행태를 보인 것에서 비서실의 독주가 초래된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당과 정부의 정상화가 비서실의 정상화를 견인할 수 있다. 이번의 비서실 등 개편이 대통령이 밝힌 대로 당정청이 국정의 공동 책임자임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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