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보 누출 위험 줄이기 위한 안전조치…이전엔 사전 누출 사건 빈발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중국이 기준금리 관련 결정을 금요일 저녁 이후에 발표하는 이유는 뭘까.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人民銀行) 총재. 사진=블룸버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통화정책을 논의ㆍ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월 1회, 화요일과 수요일 이틀간 논의한 뒤 결정한 사항을 수요일 오후 2시(뉴욕시각)에 발표한다. FRB 의장은 분기에 한 번, 수요일 오후 2시30분에 기자회견을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매월 둘째, 넷째 목요일에 정기회의를 개최한다.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정기회의는 둘째 목요일에 연다. 금통위는 오전 9시에 시작해 논의 후 결정되는 사항은 회의 뒤에 바로 발표한다. 한편 통화정책이 둘째 목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에 열리는 때도 있다. 올해에는 2월 27일(화)과 5월 15일(금), 9월 11일(금)이 그런 경우다. 연휴나 총재가 참석하는 국제회의 일정이 둘째 목요일과 겹쳐 조정한 결과다. 미국ㆍ한국 중앙은행은 모두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이 열리는 동안 통화정책을 발표한다. 이와 달리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대개 금융시장이 쉬는 동안인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 저녁에 결정 사항을 공개한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21일 금요일 저녁에 22일부터 위안화 대출ㆍ예금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3개월여 뒤인 지난달 28일 금요일 저녁에 대출ㆍ예금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두 차례 인하로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는 5.35%로 떨어졌고 1년 만기 예금 기준금리는 2.5%로 낮아졌다. 중국이 금융시장이 휴장하는 동안 통화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결정 사항이 누출돼 내부자거래가 발생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중국의 통화정책은 국무원에서 결정ㆍ승인하고 인민은행이 발표하고 집행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모든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중국 통화정책에는 결정과 승인, 발표에 이르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시차를 악용해 결정된 사항을 시장에 흘리면 정보를 먼저 받은 측은 부당한 투자이익을 챙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됐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한 투자자는 채권을 매입해 놓고 금리인하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을 기다리면 된다. 중국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제의 여러 분야에서 정보를 외부에 먼저 주는 일이 잦았다. 중국 정부 당국은 이를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사법조치를 취했다. 또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는 주요 통계를 주말에 공표하기로 했다. 통화정책 결과를 주말에 발표하는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이 열리는 동안에 통계지표나 통화정책을 발표하면 불과 몇 분의 시차로 정보를 먼저 받을 경우 이를 활용해 막대한 투자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금융시장이 마감한 뒤에는 남보다 조금 일찍 방은 정보의 가치가, 적어도 중국 시장에서는, 없어진다. 중국 사법 당국은 2011년 10월 주요 경제지표를 증권회사 측에 미리 알려준 공무원과 중앙은행 간부에게 국가기밀누설죄를 적용해 징역 5~6년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은 그 해 7월 주요 통계의 사전 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생산자물가지수, 고정자산투자, 부동산개발, 사회소비품 판매액 등 매월 발표되는 통계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발표하기로 했다. 또 통계 발표 일자를 기존보다 3~4일 앞당기기로 했다. 이는 통계 집계와 발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좁힘으로써 사전 유출의 위험을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관련 기사]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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