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가 어제 출범 100일을 맞아 '범정부 인사혁신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공무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공직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넓혀 정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게 계획의 목표다. 골자는 발탁과 특별승진을 활성화화고, 민간만 뽑는 개방형 직위제를 도입하며 한 직위에 4년 이상 근무하는 '전문직위' 지정을 확대하는 것이다. 제대로 시행된다면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를 깨고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 공직사회는 그간 경쟁의 사각지대였다.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도 공직자는 철밥통을 지켰다. 잦은 보직 변경으로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자리가 주는 규제의 권한은 마음껏 행사했다. 잇따라 터진 방산비리가 보여주듯 검은 돈을 챙기는 '갑질'도 서슴지 않았다. 인사혁신처가 내놓은 인사혁신 방안은 이런 폐단을 일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방형 직위에 민간에만 문호를 개방하는 '경력 개방형 직위'와 발탁승진제를 도입해 공직사회에도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기로 했다. 특히 통상과 안전, 전산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한 직위에 4년 이상, 최장 12년까지 근무하도록 하는 전문직위를 확대하겠다는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과거 순환보직 인사에 따라 얼떨결에 대외협상이나 남북대화 업무를 맡은 공무원이 수십 년 노하우를 쌓은 상대방에 끌려다니며 진땀을 흘리거나 국익을 해친 예가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인사혁신 방안이 성공을 거두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연공서열 승진체계를 깨기 위해 도입하는 발탁승진과 부서장 추천제 등이 정당성을 지니려면 투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경력 개방형ㆍ임기제에 대한 공직사회의 인식전환과 보완책도 뒤따라야 한다. 민간의 우수 인재들이 개방형직에 들어와도 심한 텃세에 밀려 겉돌다 옷을 벗기 일쑤다. 그 결과 업무공백이 빈발했고 제도는 겉돌았다. 이런 부작용과 업무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번 인사혁신 계획은 공직사회 개혁의 큰 틀을 잡은 것이다. 남은 것은 세부 실행계획을 세워 연공서열 승진체계와 공무원들의 텃세, 철밥통 의식을 깨는 일이다. 혁신을 하지 않으면 곪을 수밖에 없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다는 점을 정부와 공직자는 잊어서는 안 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