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수명 30년이 지난 원자력발전소 '월성 1호기'의 운전기간이 10년 연장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어제 오전 시작한 전체회의를 15시간 계속한 뒤 오늘 새벽 표결로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은 설계수명 만료로 2012년 11월 가동을 멈춘 월성원전 1호기를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재가동할 방침이다. 실제로는 7년7개월가량 가동기간이 늘어난 셈이다. 원안위의 이번 결정은 2009년 12월 한수원의 운전기간 연장 신청 이후 5년2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검증기간 동안 우여곡절을 거쳐 내려진 것이다. 그 사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강화된 심사절차가 적용됐다. 특히 계속운전 시 안전성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안전하다'는 평가와 민간검증단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정반대 평가가 대치했다. 월성 1호기 재가동 여부는 기술적 쟁점도 많고 국민 여론도 엇갈리는 문제였다. 찬성보다 반대가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런 만큼 원안위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심의를 진행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검증단의 검증 결과 공개를 지연시키기도 했고 원안위 전체회의에서 심의할 기술적 검토자료를 불과 이틀 전에야 위원들에게 전달해 부실심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원안위가 위원 전원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위원 9명 중 2명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로 결론을 낸 것도 꼭 그래야 했는지 의문이다. '격납건물 이중차단 시설'이라는 사고 시 최종 안전장치가 월성 1호기에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 막판까지 논쟁의 초점이 됐다고 한다. 이 문제를 제기한 2명의 위원이 표결 처리 방식에 반대하며 퇴장한 것이다. 후유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1차 운전기간 연장 승인을 받은 고리 1호기도 연장수명 만료를 2년 앞두고 오는 6월부터 재연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2023년부터 5년간 추가로 원전 10기의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다. 늦기 전에 노후원전 처리에 관한 원안위의 심의 절차와 방식을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원안위의 신뢰도를 좀 더 높이지 않고서는 원전 자체와 그 운영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는 것을 방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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