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M&A춘추시대] CEO는 M&A 전사, 피마르는 '企UP' 베팅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황준호 기자, 김은별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과 제품으로 경쟁하던 기업들이 인수합병(M&A)으로 눈을 돌리며 M&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기업들의 새로운 전쟁터가 된 것이다. 과거 초대형 M&A 상당수는 사모펀드가 중심이 됐다. 경쟁력 없는 사업 부문을 대거 정리한 뒤 재매각해 재무적 이익을 챙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사모펀드 자리를 기업이 차지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재계 오너들이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호산업 인수전에 신세계가 뛰어든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25일 인수의향서를 마감한 금호산업 인수전은 신세계의 가세로 관심이 배가됐다. 신세계는 인수전 참여를 고민하다가 막판에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컨소시엄이 아닌 단독으로 인수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신세계는 인수 의지를 분명하게 피력하고 있다. 재계는 신세계의 인수전 참여 배경에 정용진 부회장의 용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의 각 사업 분야가 금호산업이 갖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웨스틴조선호텔, 면세점, 백화점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사업부문과 연관성이 높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가 항공사들이 범람하며 대형 항공사 대부분이 호텔, 면세점, 백화점 등 연계 사업에서의 수익을 극대화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세계의 강력한 유통 채널이 결합된다면 아시아나항공을 기반으로 기존 사업의 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금호터미널과의 시너지도 기대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는 지난해 금호터미널로부터 백화점 건물과 부지를 20년 동안 보증금 5000억원에 장기임대한 바 있다. 금호산업 인수로 금호터미널에 낸 보증금까지 반환 받을 수 있다. 정 부회장이 신세계 그룹의 미래를 위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든 반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던 CJ그룹은 고심 끝에 금호산업을 포기했다.CJ그룹은 오너인 이재현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특유의 사업 추진력을 잃은 상황이다. CJ대한통운을 앞세워 싱가포르 물류업체 APL로지스틱스 인수에 나섰지만 실패한 점 역시 오너 부재의 영향이 크다. 일본 물류 기업인 KWE가 적정인수가 보다 20% 이상 높은 1조3500억여원을 제시한 반면 CJ그룹은 M&A의 성사 여부를 결정하는 입찰 가격을 신속하게 결정하지 못해 인수전에서 실패했다. 금호산업 인수전 참여 역시 오너 부재로 인한 경영차질 중 하나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경영 성과를 중요시 하는 전문경영인과 달리 오너는 장기적인 큰 그림을 그려오기 때문에 M&A에서 신속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면서 "CJ가 최근 APL로지스틱스 인수에 실패하고 금호산업 인수전까지 불참한 배경에는 오너 부재라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SK그룹 역시 최근 M&A 시장에서 연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2년을 넘어서며 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대형 M&A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SK그룹이 최근 벌어진 KT렌탈 인수전에서 인수협상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SK그룹은 그동안 STX에너지, STX팬오션, ADT캡스 등의 M&A를 검토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부진한 사업들을 대거 정리하고 M&A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단기 실적에 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전문경영인과 다소 주관적이지만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에 따라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오너 체제를 결합시킨 한국식 오너경영의 장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이라는 무한경쟁에 던져진 기업들은 이제 세계 시장 1, 2등을 앞다투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생존을 위해 체력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추가하기 위해선 전문경영인의 객관적인 판단 외에도 오너의 과감한 투자와 장기적인 안목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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