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에 대응…갑작스런 정책 변경에 따른 혼란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아제르바이잔이 자국 통화인 마나트화 가치를 33.5% 평가절하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 중앙은행은 이날 달러·마나트화 공식 환율을 달러당 0.7862마나트에서 달러당 1.05마나트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아제르바이잔 경제의 다양성을 지원하고 국제 금융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수출 잠재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마나트화 평가절하는 국제 원유 가격 급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아제르바이잔 경제에서 에너지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수출에서 원유와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이른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재정 수입의 70% 이상을 원유와 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원유 가격 급락은 아제르바이잔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평균 유가를 배럴당 90달러로 보고 짰다. 에너지 수입에서 발생한 수익을 운영되는 오일펀드에서 150억달러 가량 지출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소재 싱크탱크인 이코노믹리서치센터의 구바드 이바도글루 소장은 유가가 현재 가격 수준인 평균 50달러를 유지한다면 지난해 163억달러였던 오일펀드 수익이 올해 47억달러로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제르바이잔 중앙은행은 국제수지 안정성 보장을 위해서도 마나트화 평가절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앞서 유가 급락이 공공 재정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나트화 평가절하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마나트화 평가절하는 아제르바이잔 국영 원유업체들에도 비용 부담을 낮춰져 도움이 된다. 그루지아, 터키, 투르크메니스탄 등 주변국들이 앞서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것도 원인이 됐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 중앙은행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꾸면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마나트화 대폭 평가절하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그동안 외환보유고가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에 이를 정도로 많고 정부부채 비율도 낮다며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마나트화 대폭 평가절하로 정부가 유가 하락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게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중앙은행도 논란을 키웠다. 중앙은행은 마나트화 평가절하를 단행하기 약 1주일 전 2011년 중반 이후 유지해왔던 달러 페그제를 포기했다. 대신 유로와 달러 바스켓 환율제를 도입해 마나트화의 점진적인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점진적인 약세 유도 방침을 밝힌지 1주일 만에 대폭 평가절하를 결정한 것이다. 아제르바이잔 의회 경제정책 위원장인 바히드 아흐마도프 위원장은 "중앙은행이 의회와 아제르바이잔 국민을 기만했다"며 비난했다. 이바도글루 소장도 "대부분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며 "의약품, 식료품, 항공기 티켓 가격이 이미 20~25% 인상됐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은 마나트화 평가절하 발표 후 많은 환전소들이 달러를 교환해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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