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류하는 건강보험, 개편작업 서둘러야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인 건강보험의 재정 운영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지난해 4조6000억원의 흑자를 냄으로써 잉여금 누적적립액이 12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2011년부터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런 흑자가 건강보험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결과인 동시에 향후 지속가능성도 없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이 흑자를 내는 데는 건강보험료 인상이 크게 기여했다. 건강보험료는 2010년 이후 매년 1.6~5.9% 올랐다. 국민의 의료서비스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리라는 예상에 따른 인상이었다. 그러나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벌이가 시원찮아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를 기피하는 국민이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가 예상에 못 미쳤다. 이는 의료비 중 건강보험의 부담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의료비 중 건강보험 부담률은 55% 정도로 OECD 평균인 75% 수준에 훨씬 미달한다. 게다가 건강보험의 흑자는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는 당장 내년부터는 건강보험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본다. 이후 인구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적자 폭이 계속 확대돼 2050년께엔 연간 적자가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건강보험이 중단기적으로는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는 구조적인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 방향은 건강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통해 지난 2년간 진행해온 개편작업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규식 기획단장은 사퇴했다. 비난여론이 일어나자 복지부가 개편작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을 바꾸었지만 주무부서다운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정치권에서 의논해달라는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이완구 신임 총리가 우선적으로 이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방향과 일정을 분명히 다시 정하고 서둘러 개편작업을 재개해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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