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금융의 의미 있는 '사외이사 파격'

KB금융지주의 파격적인 사외이사 후보 선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두 달 가까운 논의 끝에 지난 주말 7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해 발표했다. 그중에는 경쟁사인 다른 금융그룹 경영자 출신도 있고, 주주제안을 통해 선정된 경우도 있다. 대학교수는 절반으로 줄어들고, 대신 현업 전문가가 늘어났다. 7명 중 유일하게 KB금융 출신(전 사장)인 김중회 현대카드 고문은 고사했다. 이에 따라 KB금융 사추위는 1명의 후보를 다시 선정해야 한다.특히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인 신한금융지주의 전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가 후보 명단에 포함된 점이 주목된다. 20여년간 신한에 몸담았던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과 2007년 이후 신한은행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지낸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이다. 하나금융에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담당 부사장을 지낸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와 우리금융 사외이사를 지낸 최운열 서강대 교수까지 더하면 경쟁은행 경영자나 사외이사 출신이 모두 4명이다. 보수적인 국내 은행권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일이다.금융권 최초로 '사외이사 예비후보 주주제안' 제도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가 탄생한 것도 의미가 있다. KB금융 사추위는 모든 주주에게 제안권을 준 뒤 제안된 예비후보 중에서 3명을 후보로 선정했다.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김유니스 교수, 박재하 부소장이다. 관료나 감독당국 경력자는 김중회 고문을 빼면 박 부소장 한 명뿐이다. 다만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가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오래 근무했던 삼일회계법인의 회계사 출신이라는 점이 독립성의 측면에서 걸린다.KB금융지주에 이어 국민은행도 사외이사 후보 전원을 새로 선정해야 한다. 3월 주총 승인까지 선임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여 모범적인 사외이사 진용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지난해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놓고 벌어진 경영파행으로 크게 실추된 KB금융 그룹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다. 사외이사를 정부ㆍ감독당국에 대한 로비창구ㆍ방패막이로 삼고 최고경영자ㆍ대주주의 호위무사ㆍ친위대로 운영하는 잘못된 관행이 아직 다 사라지지 않았다. KB금융 그룹의 이번 시도가 이런 관행을 깨는 데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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