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불모지'였던 시절 동물권 관련 논문 썼던 동물보호운동계의 '선구자'...시장 취임 후에도 소신 펼쳐, 제돌이 방사 등 정책 시행...최근 동물 때문에 우여곡절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 서울대공원에 머물던 당시 '제돌이'의 모습
박원순 서울시장이 '동물'로 인해 울고 웃고 있다. 박 시장은 국내에 '동물권'이라는 개념 조차 생소하던 1991년 관련 논문을 썼을 정도로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있어서 '선구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인권변호사ㆍ시민운동가로 유명해져 결국 서울시장 자리까지 오른 박 시장은 알고보면 '동물보호운동가'이기도 했던 것이다. 박 시장은 동물권 보호에 대한 소신을 취임 이후에도 꾸준히 펼치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 동물로 인해 괜한 구설수에 휘말리는가 하면 잦은 동물 관련 사고로 곤욕을 치루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박 시장이 인권변호사ㆍ시민운동가로 유명하지만 국내 동물보호운동의 선구자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박 시장은 1994년 변호사 시절 국내 동물보호운동가들이 꼭 읽어 봐야 할 저작으로 꼽히는 동물권 보호와 관련된 논문을 썼을 정도로 동물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깊다. 박 시장은 당시 대구지방변호사회가 펴낸 '형평과 정의' 9집에 '동물권의 전개와 한국인의 동물 인식'이라는 논문을 실었는데, 미국 하와이에서 방사된 돌고래를 소재로 동물권의 개념을 소개하고 국내의 현실을 진단했다. 이 논문은 동물권이나 동물 복지라는 개념조차 생소하고 동물 보호 운동이 본격적으로 벌어지지 않았던 국내 현실에서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은 박 시장의 이 논문을 '꼭 읽어 봐야 할 교양'으로 선정해 홈페이지 게시판에 옮겨놓았으며, 현재까지도 많이 읽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시장은 국내 대표적 동물보호단체인 '카라'의 명예이사를 맡아 2012년 서울시장에 당선되기 전까지 활동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일 서울시청사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신문과 신년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이같은 박 시장의 동물보호 활동은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생명에 대한 존중과 외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시장은 1994년 논문에서 "동물에 대한 배려는 이 땅 위에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외경이다. 존귀한 생명임에 다름이 없는 동물에 대한 잔혹한 대우는 같은 생명인 인간에 대한 동일한 인식으로 연결되게 마련이다."라고 썼다. 박 시장의 소신은 취임 후 동물과 관련된 여러가지 시정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9월 동물복지과를 신설한 게 대표적 사례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설치된 이 부서는 애완견 등록제, 유기동물 보호ㆍ관리시설 설립,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저소득층 반려동물을 위한 백신 무료접종 등 동물복지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이 동물 관리 담당 부서가 있긴 했지만 동물 판매업ㆍ출산업, 광견병 예방 등 동물 관리 수준에 그쳤다면, 이 부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동물 복지 증진'을 위해 각종 정책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국내 동물보호운동가들 사이에서 큰 환영을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이어 2013년 국내 동물보호운동가들이 '역사적 사건'이라고 부르는 제돌이 방사 사업을 단행했다. 제돌이는 포획이 금지된 남방큰돌고래로 불법 포획된 후 서울시 운영 서울대공원 수조에서 관객들을 상대로 공연을 해왔다. 그러던 중 불법 포획 사실이 밝혀져 법원이 2012년 몰수 결정을 내렸으며, 박 시장은 아예 제돌이를 자연으로 돌려 보내기로 결정해 약 1년여간 보호하면서 야생 적응 훈련을 시킨 뒤 2013년 7월 제주 앞 바다에 방사했다. 일각에선 "사람한테 쓸 예산도 부족한 데 돌고래 한 마리 돌려 보내는 데 17억원을 썼다"며 비난했지만 멸종 위기종 보호ㆍ불법 포획 금지 원칙 확인ㆍ동물 학대에 대한 경종 등의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는 찬성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이 사업은 특히 국민들 사이에서도 돌고래쇼가 동물학대라는 의견이 확산돼 폐지 여론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실제 당시 한 여론조사 결과 60%의 국민들이 돌고래쇼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 박 시장이 최근 들어선 동물로 인해 연이은 곤욕을 겪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진돗개 사육비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박 시장이 은평구 아파트 관사에서 키우던 진돗개 3마리의 사료값ㆍ훈련비 등 연간 1300여만원을 시 예산에서 지출했다는 점이 확인돼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사적인 곳에 재정을 사용했다"는 공격을 받았다. 잠재적 대선 주자 중 선두권에 오른 박 시장에 대한 '사전 견제구' 성격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에 시는 진돗개가 박 시장이 아니라 시 소유로, 공관 경비견으로 활용해 온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후 박 시장은 진돗개를 공관에서 키우지 않고 서울대공원으로 옮겼다.지난 15개월 새 연이어 발생한 서울시 운영 동물원의 사육사 사망 사건도 박 시장을 곤욕스럽게 만들고 있다. 2013년 11월 서울대공원 호랑이 '로스토프'가 사육사를 물어 죽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로스토프는 사육사를 청소하던 심모 사육사를 습격, 중상을 입혀 2주 만에 숨지게 했고, 현재 영구 격리를 당한 상태다. 곤충사에서 일하던 심씨를 갑자기 맹수사에 투입했던 사실과 로스토프가 며칠 전부터 이상행동을 보였는데 방치했고, 각종 안전 장치가 부족한 등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박 시장은 한동안 곤욕을 치뤄야 했다. 지난 12일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사자 2마리가 사육사 박모씨를 습격해 사망하게 한 사건도 일어 나 박 시장을 괴롭히고 있다. 특히 시는 2013년 서울대공원 로스토프 사건 이후 방사장 청소 시 2인 이상의 사육사가 함께 방사장에 들어가며 안전 방패와 맹수퇴치용 스프레이, 무전기 등을 반드시 휴대하도록 규정하는 등 안전 메뉴얼을 만들어 놓고도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의 경우엔 "규모가 작다"라는 이유로 적용하지 않아 사고를 자초했다는 '인재'(人災) 논란이 일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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