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개인적으로, 지방의회 유급 보좌관제도 도입에 적극 찬성한다. 정확히 말해 지방의원들에 대한 정책ㆍ입법ㆍ감사 등 각종 활동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서울시만 해도 25조원대의 예산을 감사하고 시민들의 손ㆍ발이 되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정책 개발ㆍ입법 활동을 벌여야 할 시의원들이 지금처럼 '혈혈단신'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유급 보좌관 형식이 현 국회의원들의 사례처럼 부작용이 있다면 지방의회 사무처의 지원 기능ㆍ인력을 대폭 강화하는 방식으로 풀어 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시민들의 실제 삶의 질에 오히려 국가보다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을 감시ㆍ견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지방의회의 활동은 적극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의민주주의 한계가 극복되고 시민들도 살림살이가 한결 나아질 수 있다. 국회처럼 지방의회에서도 보좌진들의 월급을 가로채고 노예처럼 부려먹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는 없는 일이다. 예산 절감 등 지방의원들에게 충실한 정책 입법 감사 활동 지원을 강화해줘서 얻는 이득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크다. 지금처럼 지방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오직 그들의 '개인기'에만 맡겨 놓으면, 오직 재선을 위한 지역구 관리나 국회의원(지역위원장) 눈치보기에만 주력하는 현재의 모습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방의원들에게 그럴 만한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툭하면 튀어 나오는 비리ㆍ자질ㆍ무위도식 논란은 지방의원들의 활동 지원 강화를 번번이 가로막아 왔다.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다. 일부 시의원들이 대거 금품 수수로 해임 결정이 난 비리 공무원의 구명 운동에 나서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이다. 이 공무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박원순법'(금품 수수 액수가 100만원 이하더라도 적극 요구했을 경우 파면 또는 해임시키겠다는 내용)의 첫 적용 케이스다. 그만큼 박 시장의 공직사회 부패 척결 의지의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시의원들은 같은 정당 소속으로 알려진 해당 공무원의 최측근으로부터 로비를 받아 징계 완화를 여러 경로로 읍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의 입장에선 시정을 견제ㆍ감시하라고 시의회에 보내놨더니 부패 공무원을 옹호하고 나선 시의원들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시민들은 이들의 행동을 보고 이런 시의원들에게 유급 보좌진까지 제공해주는 것은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달아 준 격'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최근 논란이 됐던 시의회 시간제 임시직 공무원 채용 문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의회에 지원하면서도 '경기도의회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자기소개서를 써낸 이들마저 합격시키는 등 시의원들의 '자기 사람 심기'가 극심했다. 시의원들은 업무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친인척ㆍ측근들을 대거 채용했다. 안 그래도 이런 상황이 우려돼 채용 절차를 시 인재개발원이 맡는 등 방지 노력이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래서야 국민들에게 유급보좌관 제도 도입 등 활동 지원 강화를 요구할 수 있을까? 눈 앞에 이익을 도모하려는 시의원들은 자기 살을 자기가 깎아 먹는 줄도 모르고 있다. 일부 서울시의원들의 행태는 아직 채 성숙하지도 못한 풀뿌리 민주주의에 '자해'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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