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사 '빨간 딱지' 폐지…자율성 최대 부여

범금융CEO, 7시간 걸친 금융개혁 끝장 토론[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금융당국이 보이지 않는 행정규제를 없애고 금융권에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 이상 시시콜콜 간섭하는 담임교사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3일 금융당국 수장과 각 금융사 최고경영자(CEO)ㆍ금융협회장 등 금융권 리더들이 모두 모인 '2015 범금융 대토론회'는 핀테크(금융+IT)로 촉발된 금융권의 위기의식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금융사 CEO들은 장장 7시간에 걸친 끝장 토론에서 금융당국의 규제방식에 대해 허심탄회한 생각들과 함께 작심한 듯 불만을 쏟아냈다. 금융당국은 "우리부터 변하겠다"며 이에 화답했다.

◆"핀테크 위해선 감독규제개혁 우선돼야"=금융사 CEO들은 핀테크로 요약되는 금융개혁의 중심에 '금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는 "현재 핀테크라고 하면 IT는 창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금융사는 이를 지원하는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며 "IT회사의 금융업 진출은 허용하려고 하면서 금융사의 IT회사, 핀테크 기업 인수를 막는 것은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금산분리 이슈를 수면 위로 꺼냈다. 황 회장은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 비금융 회사가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금산분리를 열어줘야 훌륭한 선수들이 무대에 등장할 수 있다"며 "현실에 맞지 않는 과거의 잘못된 규제 틀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 금융은 천천히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천편일률적인 감독관행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임종룡 NH농협지주 회장은 "건전성 명목으로 이뤄지는 규제들이 과하다"고 지적했다. 구두지도나 행정지도와 같은 명문화되지 않은 현장지도가 너무 많다고도 했다. 그는 "큰 규제들보다 이런 자잘한 규제들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당국은 감독의 일관성, 제재의 형평성 문제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그동안 검사와 감독의 규제방향이 감독당국의 편의를 위한 식으로 계속 만들어져 온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규제도 네거티브 방식의 과감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거티브 방식이) 우려가 많다고 하지만 싱가폴과 같이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해서 금융을 지역허브로 만든 성공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페이퍼(서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감독관행을 꼬집었다. 최 회장은 "국세청만 하더라도 세무감사를 위한 현장 실무조사가 거의 사라졌다"며 "현장검사 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건전성을 확보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 IT기업은 금융당국과 금융사, 양쪽 모두의 변화를 촉구했다. 핀테크 업체 옐로페이의 이성우 대표는 "업계에서는 투자자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규제완화와 정책지원이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신재은 퓨처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핀테크 시장 진입이 쉽도록 규제를 푸는 대신 매출 규모가 커지면 전체 규제에 들어가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담임교사 노릇 없을 것"=금융당국은 금융사CEO들의 작심 발언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내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구두지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한편 소비자들의 보안 우려와 금융사의 규제 완화 지적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더 이상 담임교사와 같은 노릇을 하지 않겠다"며 "금융사를 언제까지 어린 아이처럼 손 붙잡고 갈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두지도 문제와 함께 감독 일관성에 대한 지적도 업무처리 프로세스부터 살뜰히 챙기겠다"고 덧붙였다.민원건수가 많은 은행의 영업점에 부착하도록 한 일명 '빨간딱지'는 제재 형평성 차원에서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현장검사 역시 중대행위나 금융시스템을 저해하는 행위 중심으로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역시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밝혔다. 신 위원장은 "오늘 자리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은 (금융사와 금융당국) 양쪽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보안 이슈를 이제는 민간으로 넘겨야 하는데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고 금융사들은 금융당국이 정해주는대로만 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어왔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2단계 금융개혁 방안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원칙적인 전면 재정비가 담길 것"이라며 "감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방안과 함께 특히 구두 규제가 철폐됐는지 여부를 확실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대신 금융사들은 정부가 푸는 규제들을 내부 규정 또는 내부 통제에 확실히 반영해줘야 한다"며 "동양사태 역시 (금융당국이 없앤) 규제를 제대로 반영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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