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가 핀테크 공격수 돼야'…금융개혁 끝장토론(종합)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이장현 기자] "기술이 금융을 바꾸는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금융사가 스스로 핀테크 공격수를 두지 않으면 다른 회사가 여러분을 공격할 겁니다."3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2015 범금융 대토론회'에서는 최근 금융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핀테크(금융+기술)에 대한 금융권의 위기의식이 엿보였다. 은행과 증권 등 업권을 막론하고 기술의 발전이 불러올 금융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금산분리 등 획기적인 규제 완화 요구"= '글로벌 금융 패러다임'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리처드 돕스(Richard Dobbs)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소장은 "디지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작아 보이지만 새로 유입되는 인구 중 디지털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영업점에서 판매되는 금융상품도 2018년이 되면 전체의 절반은 온라인 판매로 이뤄질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그렇게 되면 금융업의 원가구조가 바뀌게 되고 영업 속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돕스는 모바일 지급결제 서비스로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중국의 알리페이와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해 기존 비용의 30% 가격으로 회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레시북의 사례를 들며 금융권이 핀테크 개발에 적극 나서야함을 강조했다. 그는 "금융사가 스스로 핀테크를 공격수를 둬야 한다. 핀테크 자회사가 없다면 만들고 30대 사장을 앉혀 스스로를 공격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또 금융당국의 보수적 감독 관행에 대해 "신생기업이 탄생하는 것을 막는 감독이 없는지 찾아서 고쳐야한다"고 지적했다.이어진 토론에서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획기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황 회장은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 비금융 회사가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금산분리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권이 핀테크 기업을 설립하거나 인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덧붙였다.기술을 금융에 접목시킬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증권사의 경우 고객이 오프라인 점포에 와서 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불완전 판매를 막는 설명 의무에만 30분이 소요된다"며 "이것을 핀테크 기법을 동원해 해결하면 소액 투자가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크라우드 펀딩이나 개인대개인(P2P) 형태를 금융업에 접목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권용원 키움증권 대표는 유 대표의 의견에 찬성하면서 "더 나아가 정보기술(IT) 회사가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은 허용하려 하면서 금융사가 IT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쉽다"고도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최근 혁신모델로 평가받은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핀테크 기업과의 업무제휴는 결국 보안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빅데이터를 가지고 잠재적 금융소비층을 분석해내는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기존 은행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국내 금융업이 글로벌시장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원화의 국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계가 있어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금융혁신, '절절포(절대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해야"= 주제강연 후에는 IT 기업과 금융권의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감독당국의 규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생각들과 함께 평소에는 하기 어려웠던 쓴소리도 많이 나왔다. 임종룡 농협지주 회장은 "건전성 명목으로 이뤄지고 있는 규제들이 과하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금융당국이 노력하지 않아도 금융사들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이미 노력을 하고 있다"며 "걱정하지 말고 너무 많은 규제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명문화되지 않은 구두지시나 행정지도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큰 규제들보다는 이런 자잘한 규제들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감독의 일관성, 제재의 형평성 문제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오전 다녀온 군부대 현장의 문구를 인용해 "'절절포 정신'으로 금융개혁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절절포'는 절대절대 포기하지 마라는 뜻의 줄임말이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페이퍼(서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금융감독 관행을 꼬집었다. 금융거래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하는 만큼 검사·감독분야도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국세청은 세무감사의 현장 실무조사가 거의 사라졌다"며 "현장 검사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건전성을 확보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 서민금융기관이 겪는 고충도 전했다. 최 회장은 "서민금융기관은 핀테크를 따라가기가 너무 어렵다"며 "현재의 금융상황을 놓고 보면 서민금융기관은 전부 고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갖기 어려운 만큼 서민금융을 연구하는 연구소 등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강호 보험연구원장 역시 "보험사는 핀테크 이슈와 관련해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한 사례가 많지 않다"며 "지금 같은 가격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이 보험분야의 핀테크 관심도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강 원장은 "가격 규제를 완화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핀테크 등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자본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 확대돼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인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핀테크 기업 지원 등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시장이 자본시장"이라며 "자본시장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와 내년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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