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때 日 위안부 끌려간 황선순 할머니 별세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생전 '일본 정부가 사죄하는 것을 보고 싶다'던 위안부 피해자 황선순 할머니가 26일 별세했다. 향년 89세.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황 할머니가 이날 오전 8시께 전남 화순 고려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황 할머니가 눈감은 이날은 고(故) 황금자 할머니의 1주기이기도 해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황 할머니의 별세로 우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54명으로 줄었다.황 할머니는 1926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남동생과 살았다. 17세 때 고모 집에 밥 얻어먹으러 가던 중 고무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꾐에 속아 부산으로 갔다. 그러나 공장 취직은커녕 한 명뿐인 혈육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부산ㆍ일본을 거쳐 남태평양 나우루섬으로 끌려가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다.해방 후 고향에 돌아오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강제동원 후유증으로 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 생전 뇌경색, 당뇨, 대상포진 등에 시달렸다. 말년에는 치매까지 앓았다. 함께 사는 아들이 외출이라도 하면 '우리 집 찾아간다'며 밖으로 나가는 통에 아들은 황 할머니 곁에서 꼼짝 못 했다고 한다. 초기 치매가 진행됐을 때 희한하게도 황 할머니는 일본군의 배와 비행기 이름만은 정확하게 기억했다. "그날의 기억만큼은 또렷하다"고 했다고 생전에 황 할머니를 만났던 정대협 관계자는 전했다.고국에 돌아와 억척스럽게 2남4녀를 키워냈고 남은 생을 아들 내외와 함께 보냈다. 평생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던 고인에 대해 정대협 관계자는 "황 할머니는 늘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저희에게 호박이며 참기름을 늘 나눠주시려고 했다"고 전했다.함께 살던 아들은 최근 위암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황 할머니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아들은 "우리 엄마가 몇 년만 더 살다가시면 좋겠는데….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우리 엄마"라고 했다. 이랬던 아들이 황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살아있는 동안 일본 정부가 사죄하는 것을 보고 싶다"거나 "그 일본 사람들은 언제 사과를 하나" 등의 말을 자주했다는 황 할머니. 고인의 빈소는 고려병원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유가족의 뜻에 따라 28일 비공개로 진행된다.<편집자 주> 유가족이 고인의 사진 게재를 원하지 않아 황 할머니의 사진을 싣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지난해 '위안부 보고서 55'라는 기획 연재를 통해 위안부 피해 생존자를 추적 보도한 본지는 앞으로도 위안부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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