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만난 최경환 '선배세대로서 미안하다'(종합)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대학생들과 만나 "청년들이 스펙쌓기도,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기도 힘든 현실에 공감한다"며 "부모세대, 선배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최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홍대 앞 한 호프집에서 서울지역 12개 대학 20여명의 대학생들과 만나 청년층의 고충을 듣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청년들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노력한 만큼 보상받기 힘들고, 출발선이 다르면 따라잡기 힘들고,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사회가 가장 큰 문제가 청년실업"이라고 말했다.그는 "낮에 대한상의 기업인들과 만나 청년들 많이 뽑아달라고, 정규직으로 뽑아달라고 부탁했다"며 "정부가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도 청년들에게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젊은 세대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또 "개혁으로 인한 고통은 바로 나타나지만, 성과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나타난다"며 "비판과 저항이 두려워서 개혁하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은 편할 수 있겠지만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최 부총리의 대학가 방문은 지난 8일 충남대학교 방문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대학가에 최경환경제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확산되자 "생각이 같을 순 없다. 대화의 기회를 갖겠다"고 말한 데 따른 후속행보다. 이날 최 부총리는 120분간에 걸쳐 청년들이 희망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현재 당면한 고민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은지에 대해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눴다. 참석 대학생들은 창업, 취업과 일자리, 등록금ㆍ부동산 등 '삼포세대'의 고충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한 학생은 "일자리의 70%가 이공계라 인문계 학생들이 숫자는 많은데 일자리가 없다"며 "공무원 준비 등으로 빠지니 대학진학을 왜 해야하나 싶다"고 취업의 어려움을 밝혔다.또 다른 학생은 "24살인데 언제까지 어머니께 손벌릴 수 없고, 바라는 건 봉급이 안정적인 직장"이라며 "앞으로 10년 바라봐도 내가 제대로 자립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생들의 취업고민을 직접 들은 최 부총리는 "내가 큰 죄인이 된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최 부총리는 한 학생이 지적한 정규직의 비정규직화와 관련 "우리나라가 연공서열, 호봉제로 하다 보니 계속 연봉이 늘어나 부담되니까 비정규직을 뽑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에게 돌아가는 게 한정된다. 결국 조금씩 양보를 해야 한다"며 임금체계 개편과 사회적 대타협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한 참석학생은 "부총리 임기 지나서도 장기적으로 봐 달라"고 요청했다.최근 이슈가 된 어린이집 논란과 보육지원체계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최 부총리는 "가장 바람직한 것은 0~2세까지는 엄마가 키우거나 적어도 친정엄마, 시어머니 등 할머니가 돌보는 직장어린이집"이라며 "보육교사 입장에서도 직장 관련돼 있으니 함부로 못하게 직장보육 위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이집 등이)가장 필요한 것은 워킹맘(취업맘)"이라며 "워킹맘에게 유리하게 보육제도를 가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또한 최 부총리는 "어떤 과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근원적인 과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오늘 우리들의 대화가 당장 문제 해결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고 같은 문제에 대해 원인 진단과 처방도 다를 수 있지만, 서로의 마음을 열고 함께 고민해 봄으로써 대한민국을 살만한 나라, 희망의 사회로 만들어 나가자"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지난달 초 연세대와 고려대에 최 부총리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을 비판하는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편지' 대자보가 붙었고, 같은 달 30일 경희대에서는 시험지 형식을 빌려 최 부총리가 추진 중인 정책에 'F학점'을 매긴 대자보가 등장한 바있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