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 실체없다' 판결에 檢 진보당 공안수사 흔들리나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대법원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주도한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내면서 향후 검찰의 통합진보당 수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통진당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은 RO의 실체 여부에 따라서만 입증되는 것이 아니라며 대법원 판결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법원이 증거능력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공안수사에 제동을 걸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 1월 22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대법정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전 의원에 대한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내란음모에 대해서는 무죄를 내렸지만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19일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결정을 내리자 이미 기소된 이 전 의원 등 7명 외에 핵심당직자와 일반 당원에까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을 세웠다. 당시 헌재는 RO의 실체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석기를 비롯한 내란 관련 회합 참석자들은 경기동부연합의 주요 구성원'이고 당시 회합 자체를 통진당 차원의 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 아래 해산을 결정했고 이에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았다. 경찰은 지난달 말 서울지방경찰청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상태며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지휘하고 있다. 지난 21일 업무보고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헌법 부정세력 엄단 및 안보 수사 역량 강화, 위헌정당 해산 후속 조치를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안수사 강화 방침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헌재와는 다른 판단을 내리면서 수사당국이 이 기류를 그대로 유지해 갈 경우 '무리한 공안몰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 전 의원 등의 내란음모·선동 혐의를 수사할 때부터 RO의 존재 여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사안이었다. 이번 판결의 피고인과 회합에 참석한 130여명이 모두 RO의 구성원이라는 전제하에 내란음모와 선동혐의가 적용됐다. 대법원은 지하혁명조직이 있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고 참석자들의 조직 가입시기와 활동내용 등도 빈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이들을 기소한 검찰이 충분히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 결정을 기점으로 공안수사에 큰 전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검찰은 내란음모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선동 혐의를 추가해넣는 등 수사의 한계와 미비점을 이미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표적수사나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그 근거를 만들어가는 형태의 관행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외부에 드러나지 않고 비밀스럽게 운영되는 조직의 구체적인 활동내용 등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은 공안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법원의 지나치게 좁은 증거능력 인정으로 오히려 정상적인 수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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