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서 부는 주담대 열풍…경제 藥일까 毒일까

LTV DTI 규제완화 3개월, 전국 시장흐름 살펴보니

대구 분양 열기, 부산 혁신도시 힘입어 11월 잔액 455조로 10% 증가전문가들 "경기엔 호재될수 있지만 가계빚 늘어 금융부실 우려 커져"

전국 6대광역시와 서울 주담대 추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영남권이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의 분양열풍과 부산의 혁신도시 등 주택경기 호재가 주택담보대출 증가로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의 증가가 지역경기호전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ㆍ새마을금고ㆍ상호저축은행ㆍ상호금융 등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지난해 11월 주택담보대출잔액(이하 주담대)은 455조4498억원으로 1년전보다 10%가 늘었다. 증감률 기준으로도 관련 통계편제(2008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지역별로는 편차가 적지 않다. 대구와 부산 등 영남권의 주담대 증가율은 두자릿수로 치솟아 전국 주담대의 급등세를 주도했다. 6대 광역시 중 증가속도가 가장 가파른 곳은 대구다. 11월 대구의 주택담보대출잔액은 20조7255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22%나 늘어났다. 이어 울산이 9조4268억원으로 16% 늘었다. 부산은 32조167억원으로 11.2% 증가했다. 나머지 광역시는 전국 상승률(10%)을 밑돌았다. 대전은 13조2559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8% 늘었고, 광주와 서울은 각각 10조7644억원, 138조4098억원으로 7∼8% 증가했다. 인천은 30조621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가 늘어나 6대 광역시 중 증가세가 가장 느렸다. 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가 적용되기 직전인 7월 잔액(비수도권은 DTI만 적용)과 비교해봐도 증감률은 비슷한 곡선을 그렸다. 대구의 주택담보대출은 넉달새 1조6175억원이 늘어 8%가 늘었다. 울산(6%), 서울과 부산(4%), 인천, 광주(3%), 대전(2%)이 뒤를 이었다.주담대의 차별적 증가는 지역 주택시장 경기와 연관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대구시장이 최근 2∼3년간 우리나라 주택매입수요나 가격상승률 측면에서 최상으로 달리면서 주담대 수요도 크게 늘어난 영향이 반영됐다. 부산도 혁신도시와 재개발 이슈 때문에 시장이 활동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도 "부산이나 대구지역 주택경기 활성화 영향이 가장 크다. 특히 아파트가 분양되는 시점에는 중도금으로 잡히지 않던 주담대가 완공되면 주담대로 설정되는데 영남지역 분양이 본격화되면서 이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을 지역경기 활성화로 해석할 것인지 가계부채 부담 증가로 볼 것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주담대의 증가는 거시경제에 있어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악재로도 작용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LTV DTI 규제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LTV DTI 규제완화는 경기를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부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전제한 뒤 "불경기에 가계부채가 부실화되면 소비지출여력이 줄고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부채 디플레이션을 나타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부채디플레이션이란 채무상환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보유자산을 서둘러 팔면서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박 팀장은 "주담대출로 주택구입자금 이외에 자영업자의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으로 사용되고도 있어 지역경기와 연관이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이건 '가미'된 부분으로 봐야지 큰 영향을 주는 변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역경제보고서에 지난해 10∼11월 금융기관 69개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용도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택구입용(50.3%) 이외의 용도로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경우가 49.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생활자금(18.2%), 차입금상환(17.5%), 전월세자금(3.7%), 사업자금(4.9%), 기타(5.4%) 등이 포함됐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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