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대 의결권 비중 감소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발맞춰 올해 연기금들이 의결권 행사를 강화할 방침인 가운데 지난해 주요 연기금들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권 강화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중은 9.0%를 기록했다. 2012년 17.0%에서 2013년 10.8%로 낮아진 뒤 지난해에는 한자릿수로 내려간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지분 투자 기업 주주총회에서 전체 2775개 안건 중 251건에 반대하고 5건(0.2%)에 중립 및 기권 의견을 냈다. 나머지 2519개(90.8%) 안건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공무원연금도 2012년과 2013년에 반대 비중이 각각 2.0%, 2.6%로 2%대를 유지했다가 지난해 1.2%로 줄었다. 공무원연금이 지난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단 2건으로 삼성중공업 주총에서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및 정관 변경에 반대한 게 전부였다. 2009년 이래 반대 의결권 행사가 전무했던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이하 사학연금)은 지난해 처음 반대표를 던지긴 했지만 반대 의결권 비중은 0.6%에 그쳤다. 지난해 8월말 기준 85개 기업 주총에서 총 346개 안건 중 반대표는 2건에 불과했다. 반대 의결권 행사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적잖은 지분을 보유한 연기금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만도 주총에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신사현 대표이사의 재선임에 반대했지만 선임을 막지는 못했다. 기관투자가들 간의 연대가 없이는 대주주 우호지분에 막혀 공허한 메아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해 눈에 띄는 성과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무산에 연기금들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공무원연금은 양사 합병에 반대했고 국민연금은 직접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합병을 무산시켰다. 정부는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연기금이 기업의 배당에 간여하더라도 경영 참여 목적이 아닌 것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 그러나 단일 연기금의 목소리만으로는 의미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연금이라고 해도 혼자서는 기업의 주총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며 "기관투자가들이 연대해 한목소리를 낸다면 기업들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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