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지난 13일 저녁 10시 30분, 김포국제공항 입국장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밝고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최근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해임을 놓고 논란이 불거진 탓에 수십여명의 취재진이 공항에서 그를 맞았다. 그는 '요즘 심경이 복잡하실 것 같다'는 질문에 웃으며 "그런 건 없다"고 답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오히려 그는 막아선 취재진을 웃는 얼굴로 연신 달랬다. "일본 롯데그룹도 총괄하게 될 것 같냐"라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으로 보면 되겠냐"고 묻자 "그렇죠"라고 말했다. 이미 준비된 답변이었다. 이미 본지 보도를 통해 신 회장의 귀국 사실이 알려졌던 터라 신 회장이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전 답변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 회장 주변에는 수행원 2~3명 외에 롯데 측 임직원으로 예상되는 이는 없었다. 이는 지난해 4월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의 금품수수 및 공금 횡령 등에 대한 견해를 묻기 위해 공항에서 취재에 나섰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당시 신 회장의 입국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롯데면세점 직원들을 총 동원돼 기자를 막아섰다. 입국장 밖에서는 롯데그룹 내 직원들이 각 게이트마다 서서 취재진을 분산시켰다. 신 회장 스스로도 다른 게이트로 돌아나가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당시 그는 기자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며 자리를 피했다. 이번 귀국길에서 신 회장은 '웃음과 여유'로 충만했다. "일본 롯데그룹도 총괄하게 될 것 같냐"라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짧게 답했지만 "모르겠다"는 답변 자체가 강력한 부정이 아닌 만큼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사실상 한일 셔틀경영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신 웃는 그의 속내에는 이미 한국과 일본 롯데의 후계구도가 자리 잡고 있을 터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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