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의 골프파일] 유러피언투어의 힘 '프론티어 정신'

유러피언투어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다른 대륙 투어와의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전 세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유러피언(EPGA)투어의 영역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함께 지구촌 프로골프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오랫동안 변방의 투어로 취급받는 설움을 받았던 무대다. 지금은 그러나 양적 팽창은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크게 위상이 높아져 PGA투어에 버금가는 몸집을 자랑하는 '공룡'으로 변신했다. 11월 말 2014시즌을 마치고 불과 2주 만인 12월 초 네드뱅크챌린지로 곧바로 2015시즌을 열었다. 지난 15일 알프레드던힐챔피언십까지 2차전을 마치고서야 4주간의 휴식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마치 오래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을 떠올릴 정도로 지구촌 곳곳을 누비면서 투어가 열리고 있다. PGA투어가 지난해부터 시즌 개막을 아예 가을로 변경한 것도 다 EPGA투어의 세력 확장을 의식해서다. PGA투어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폭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동력이 미국 서부 개척사의 상징인 '프론티어 정신'이라는 게 아이러니다. PGA투어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미국에 안주하는 동안 아시아와 호주, 남아공 선샤인투어까지 다른 대륙의 투어와 적극적인 연대를 추구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발렌타인챔피언십이 2008년부터 6년간 제주 핀크스와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에서 열렸다가 올해 싱가포르로 이동했다.개최지 역시 영국과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스위스, 포르투갈 등 유럽을 주축으로 중국과 말레이시아, 호주, 아랍에미리트연합, 남아공 등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로 확장하는 추이다. 여기에 스폰서들의 요구를 100% 반영하는 '고객 감동 마케팅'을 더했다. 다국적기업들은 같은 대회의 개최지를 매년 바꿀 수 있어 보다 많은 국가에서 폭넓은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이제는 선수들의 기량도 뒤지지 않는다. 올해는 특히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부활로 그 어느 때보다 사기가 높다. 2위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3위 애덤 스콧(호주), 5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6위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8위 제이슨 데이(호주) 등 6명이 '톱 10'에 진입해 미국선수들을 압도하고 있다. 9월 대륙간 골프대항전 라이더컵 3연패로 이를 고스란히 증명했다.선수들은 유럽을 순회하는 것도 모자라 각 대륙의 골프코스들을 섭렵하며 기량을 갈고 닦는다. "유럽선수들은 악천후와 난코스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창조적인 플레이'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미국선수들이 잘 가꾸어진 정원 같은 코스에서의 플레이에 능숙하다면 유럽선수들은 광활한 평야를 떠돌며 대자연에 도전하는 전사들인 셈이다. 유럽의 힘은 '제3의 골프신대륙' 중국을 이미 접수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PGA투어의 '플레이오프'와 성격이 비슷한 '파이널시리즈' 2, 3차전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HSBC챔피언스와 BMW마스터스가 시즌 막판인 11월에 연거푸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유럽의 지칠 줄 모르는 파상 공격에 PGA투어가 내년에는 또 어떤 반격을 도모할지 기대된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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