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육류·유제품 단백질 신화는 허상'…육식의 불편한 진실

베스킨라빈스31의 창업주의 아들 존 로빈스가 밝히는 동물·음식·환경 이야기

육식의 불편한 진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존 로빈스는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베스킨라빈스31'의 창업주의 아들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아이스크림'을 버리기로 과감하게 결정한다. 아이스크림 모양의 풀장이 딸린 집에서의 여유로운 생활을 , 아버지가 제시한 막대한 재산의 상속권을, '아이스크림 제국'의 후계자로서의 권리를 모두 거절했다. 대신 그는 한적한 섬으로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아내와 함께 환경운동가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던 아버지와 삼촌이 고혈압, 비만, 심장마비 등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 유제품 등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최근 재출간된 '육식의 불편한 진실(Diet for a new America)'은 그가 환경 운동가로 활동한 이후 처음으로 낸 책이다. 1987년 미국 전역에서 발매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미국인들의 소고기 소비를 줄이게 만든 책'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책이 출간되고 난 이후 4년 동안 소고기 소비가 18% 감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에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 1,2'라는 제목으로 소개됐으며, 최근에는 다시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일부분을 수정해 개정판으로 선보이게 됐다. 저자는 후기에서 당시 이 책이 나오고 난 이후, 전국사육자협회 등과 같은 축산업계 및 패스트푸드 업계의 공격을 한 몸에 받게 됐다고 고백한다. 그는 "식품을 생산하는 업계가 모든 생명에 대해 자신들의 도덕적 의무를 인식하게 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존 로빈스는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달걀과 고기가 어디에서 어떻게 길러졌는지에 대해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항생제가 섞인 모이를 먹고 자란 닭, 발정기 조절을 위해 호르몬이 투여된 돼지, 체지방 비율을 높이기 위해 거세당한 소 등은 영양학적인 측면을 떠나서 비윤리적이고 비환경적이다. 저자는 하나의 창조물로써 전혀 존중되지 못하고 있는 그들의 비참한 처지를 방대한 자료와 사진 등으로 증명해보인다. "아무리 먹기 위해 기르는 가축들이라고 해도, 이토록 심하고 무자비하고 조직적인 동물 학대가 대량으로 자행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고 개탄하는 저자는 그만큼 개개인의 결심이 중요해졌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균형잡힌 식단'을 위해서는 반드시 육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풀만 먹고는 힘을 쓸 수 없다'는 통설도 고기를 끊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저자는 육류와 유제품, 달걀이 우리 식생활의 필수품이라는 동물성 단백질 신화가 사실은 낙농업계와 축산업계가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밝힌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덴마크에 대해 수입봉쇄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심각한 식량부족 위기에 처한 덴마크 정부는 가축류에게 곡물을 먹여 육류를 생산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그 곡물을 국민에게 직접 배급했다. 300만 이상에 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채식 실험이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당시 코펜하겐의 사망률이 다른 어떤 시기보다 더 낮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장수 종족인 안데스 산맥의 빌캄바족, 러시아 흑해의 아브카시안족, 히말라야 산맥의 훈 족 등 이 세 종족 모두가 채식에 준하는 식사를 하고 있다는 점도 채식주의에 대한 힘을 실어준다. 존 로빈스는 육식이 대장암, 유방암, 골다공증, 전립선암, 심장질환, 동맥경화 등 수많은 질병과 관련돼있다는 데이터를 차곡차곡 설명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상식을 깨뜨린다. 심지어 칼슘 섭취를 위해 '하루 석 잔의 우유를 마셔라'라는 영양학 정보가 전혀 잘못됐다고 꼬집는다. 유제품의 과잉섭취는 오히려 골다공증을 촉진함에도 불구하고 낙농업계의 로비에 의해 이 같은 거짓이 일파만파 퍼졌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금의 생태 위기 역시 대형화되어가는 육류 산업과 관련있다고 주장한다. 동물성 식품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일부 유독성 살충제는 암과 선천성 기형을 유발하는 독성을 지녔으며, 동물들에게 주입하는 호르몬제와 항생제는 몇 십년 동안 소멸되지 않고 잔류한다. 그의 끔찍한 경고가 고기를 주식으로 먹는 서양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의 육류 소비량은 해마다 늘어 2012년에는 1인당 연간 43.7kg(2012년 기준)을 기록했다. 영양학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육류 섭취의 적당량은 1인당 22kg 정도다. 이미 우리의 식단이 육식 위주로 개편되고 있으며, 존 로빈스가 지적한 문제가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위험도 커졌다. 그가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은 "균형잡힌 생태계를 현명하고 애정 어리게 관리하는 책무를 실천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건강한 생활, 건강한 사회를 지켜내려면 그의 말마따나 당장 오늘 저녁 메뉴부터 고민해볼 일이다.(육식의 불편한 진실 / 존 로빈스 지음 / 이무열, 손혜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만78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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