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터키 리라·인도 루피 등 폭락…투자 심리 냉각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신흥국 금융시장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러시아·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 등 산유국에서 시작된 불안이 원유 수입국들의 외환·채권 시장 혼란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상황이 가장 좋지 않은 곳은 러시아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루블화는 달러당 62.23루블까지 떨어졌다.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60루블도 단숨에 무너졌다. 러시아 금융당국은 환율 방어를 위해 여러 차례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다. 러시아는 16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10.5%에서 17%로 대폭 인상했다. 러시아의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 들어 벌써 6번째다. 러시아의 환율 불안은 채권 매도세로 확산됐다. 이날 러시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3.23%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미국계 대형은행 웰스파고는 국채보다 더 위험한 것이 러시아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기업들이 지고 있는 외채 규모는 1600억달러(약 175조5840억원)에 달한다. 러시아 은행들의 외화 대출 잔액은 2000억달러다. 유가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국채 금리는 지난 1998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데이터 전문 분석기관 CMA의 전망을 인용해 베네수엘라가 12개월 내에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할 가능성이 97%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원유 수입국인 터키와 인도, 인도네시아 역시 심상치 않다. 15일 터키 리라가 사상 최저치로 내려갔다. 인도 루피 역시 달러당 62루피 선이 붕괴되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1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만 10조9000억루피아(약 9483억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국채를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은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에서도 이달 들어 1억7600만달러(약 1935억원)를 회수했다. 인접국 태국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태국 증시의 SET 지수는 1주일 새 8% 가까이 급락했다. 급기야 솜마이 파시 태국 재무장관이 직접 나서 투자자들에게 진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유가가 내려가면 원유 수입국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환상이 깨지고 있다"면서 "산유국들의 위기에서 시작된 투자자들의 이탈이 다른 신흥국으로 급속히 전염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말을 앞두고 거래량이 줄고 있는 데다 차익실현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도 신흥국 자본시장에겐 악재다. 수퍼달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내년께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정돼 있는 만큼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헤지펀드 SLJ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테판 젠 파트너는 "투자자들의 탈출이 확산되면 신흥국 외환시장이 완전히 붕괴될(melt down)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현재로서는 신흥국이 어떤 조치를 취해도 자금 이탈을 막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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