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인권결의안 채택해도 김정은 ICC못세운다

김정은 [사진=아시아경제 DB]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18일(현지시간)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사법재판소(ICC)회부와 책임자 처벌을 권고하는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유엔 총회는 다음달 이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북한 인권상황의 ICC 제소는 당사국 즉 북한이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가 할 수 있는데 거부권(비토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특정 국가 인권상황 제소를 반대하고 있어 안보리 자체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안보리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없다.안보리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ICC에 넘긴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 최고 책임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유엔 제3위원회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19일 외교부에 따르면,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유엔 총회 결의안이 18일(이하 현지시간) 채택됐다.유엔 총회에서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는 이날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공동으로 제안한 북한 인권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통과시켰다. 2011년 표결 때보다 한 표 적다.이에 따라 북한 인권 결의안은 다음 달 중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공식 채택되는 절차만을 남겨놓았다.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표결에 참가하지 않은 일부 국가들도 총회에서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여 본회의 결론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더욱이 지금까지 3위원회를 통과한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전례가 없다.북한의 인권과 관련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2005년 이후 10년 연속이다.유엔 총회 결의안은 구속력은 없지만 이전에는 없던 강도 높은 내용이 포함돼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될 전망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또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유엔이 'ICC 회부 권고'를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안보리 또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북한은 'ICC 회부'와 최고책임자 처벌을 담은 결의안 채택 추진에 강하게 반발해 자체 인권결의안을 내고 관심국과 대화를 갖기도 했다. 또 북한에 우호적인 쿠바가 북한 상항의 ICC회부,책임자 처벌 등의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냈지만 부결됐다.유럽연합(EU)와 일본 등 58개국이 제출한 결의안 표결에서 중국과 쿠바, 시리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19개국이 반대표를 던졌다.북한은 표결에 앞서 최명남 외무성 부국장이 "결의안은 북한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으로 가득 찼다"면서 "결의안이 통과되면 예상하지 못한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반대표를 던질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중국 거부로 안보리 ICC 제소 어렵다=북한 인권상황의 ICC 제소,인도에 반하는 죄에 가장 책임있는 자들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우선, 제3위원회의 결의안의 바탕이 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와 총회 결의안은 구속력이 없다. 결의안 내용을 회원국들이 의무로 따를 필요가 없다.또한 안전보장이사회는 권고사항인 ICC 회부를 따를 필요도 없다.북한 인권결의안이 ICC에 회부되기 위해서는 안보리 결의가 있어야만 한다. 물론, 안보리는 9개 이사국이 결의안을 발의하면 공식 안건으로 상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가진 중국의 반대에 부딪히게 돼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개별 국가의 인권 상황을 유엔에서 다루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은 물론, 채택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2002년부터 지금까지 9개 상황 21개 사건이 ICC에 회부됐지만 안보리가 지도자 개인의 책임을 물어 회부한 것은 단 2건에 불과하다.수단 다르푸르와 리비아 사태다. 두 나라 모두 ICC 비당사국이다. 소추관이 독자 수사한 것은 케냐와 코트디부아르 등 2건이고,당사국이 회부한 것은 우간다와 말리중,중앙아시아,콩고민주공화국(DRC) 등 4개국 5건이다.◆김정은 개인 ICC 세우기는 불가능=설사 안보리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ICC에 회부하기로 결의한다고 해도 더한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북한 인권상황을 ICC에 회부하는 방안은 세 가지다. ICC 가입 당사국이 회부하는 방안,유엔 안보리가 회부하는 것, 그리고 ICC 소추관(검사)이 직권조사하는 것 등이다. 안보리가 북한 인권상황을 회부하면 소추관이 예비조사를 벌인다. 소추관이 직권조사할 경우 전심재판부의 수사허가를 받아야 한다.ICC가 다루는 범죄는 인도에 반한 범죄, 대량학살,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 4가지다. 소추관이 예비조사를 통해 반인도 범죄를 저지른 자의 명단을 만들고 이를 전심재판부가 이를 확인해 누구 누구를 수사하라고 허가해야 수사가 진행된다. 바로 이 단계에서 비로소 김정은의 이름이 들어갈 수 있다.전심재판부는 공소사실을 확인해 기소하고 심리를 거쳐 판결하는 데 재판과정에서 피고와 원고 간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진다.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런 식의 절차를 거쳐 지도자 개인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수단 다르푸르와 리비아 딱 두건" 이라면서 "갈 길이 멀고도 실현이 어렵다. 김정은 이름 들어가는 것은 어렵다. 어디를 봐도 개인 이름 없다"고 말했다.안보리가 조치를 취하지만 않으면 김정은 이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심리과정에서도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김정은이 아니라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에 자행된 인권유린 상황에 김정은이 책임을 져야 할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벌어질 수 있어 김정은이 처벌될 것이라고 속단하는 것은 매우 성급한 일이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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