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해외파 일색 대표팀 머지않다

김진현[사진=아시아경제 DB]

한국 축구대표팀은 요르단 암만의 킹 압둘라 스타디움에서 14일(현지시간) 열린 요르단과 친선경기를 1-0으로 이겼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다소 특이한 광경이 연출됐다. 필드 플레이어 열 명이 모두 해외파였다. 이날 선발 멤버는 박주영(알 샤밥), 김민우(사간 도스), 한교원(전북 현대), 남태희(레퀴야 SC), 조영철, 한국영(이상 카타르 SC), 박주호(마인츠),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차두리(FC 서울), 정성룡(수원 삼성)으로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두 명이 K리거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을 마치고 차두리 대신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를 투입했다. 후반 20분에는 선제골의 주인공 한교원 대신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을 내보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직 일정이 남은 K리그 상황을 고려, 애초 소집명단에 정성룡, 김승규(울산 현대 이상 골키퍼), 차두리, 한교원 등 k리거를 4명만 데려갔다. 하지만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최종명단에서도 K리거들이 설 자리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축구대표팀에 외국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처음 포함돼 그라운드를 누빈 건 1986년 6월 2일 멕시코시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 월드컵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와 A조 경기다. 주인공은 차범근. 그 무렵 서독 분데스리가 바이에르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다. 특히 월드컵이 열리기 직전 막을 내린 분데스리가 1985~86 시즌에서 정규리그 열일곱 골, 컵 대회 두 골 등 개인 시즌 최다 골을 뽐내며 '차붐'을 일으켰다. 이런 그를 두고 대표팀 합류 반대파가 상당수였다는 사실은 요즘의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팀워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대파들의 말이 제법 먹혔다. 차범근은 월드컵에서 세 경기를 뛰면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그의 명성을 잘 알고 있는 상대 팀들이 수비수를 집중적으로 붙였다. 그 덕에 허정무, 최순호 등 차범근의 반대쪽에서 골이 터졌다. 1980년 PSV 에인트호벤를 통해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진출한 허정무는 아깝게 외국리그에서 활약하는 국가 대표 선수 1호가 되지 못했다. 멕시코 월드컵 2년 전인 1984년 이제 막 출범한 슈퍼리그의 현대 호랑이에 입단했다.

루디 푈러 레버쿠젠 단장(가운데)과 차범근 해설위원(아래)[사진=김현민 기자]

외국리그 선수의 대표팀 합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에서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23명 명단 가운데 박지성이 교토 퍼플상가, 황선홍과 유상철이 가시와 레이솔, 윤정환이 세레소 오사카, 최용수가 JEF 이치하라에서 뛰었다. 일본 J리거가 대다수였지만 유럽파도 있었다. 인정환이 이탈리아 세리아A의 페루지아에서 뛰었고, 설기현이 벨기에 프로리그 안더레흐트에서 활동했다. 해외파가 7명이나 됐다. 1997년부터 벨마레 히라츠카, 가시와 레이솔 등 J리그에서 뛴 홍명보는 그해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친정인 포항 스틸러스로 복귀해 있었다. 한일 월드컵 뒤 한국 축구는 급속한 세계화를 이뤘다.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외국리그 선수들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한때 국내파와 국외파 사이 갈등이 생길 정도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 명단에는 해외파가 17명이나 포함됐다.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K리거는 이근호(상주 상무), 김신욱, 이용(이상 울산 현대) 등 세 명이었다. 이제 대표팀에서 국내파와 국외파를 구분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내년 6월 개막하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선발 명단에 K리거가 없을 수도 있다. 이미 요르단과 이란 원정길에 나선 대표팀에 해외파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가세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국내 팬들에게도 이름이 잘 알려진 골키퍼 가와구치 요시카츠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잉글랜드 리그 포츠머스에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덴마크 리그 노르트잴랜드에서 뛰었다. 가와구치의 바로 아래 세대인 가와시마 에이지는 2010년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에서 벨기에 리그 리에르세로 이적한 뒤 2012년 같은 리그의 스탕다드 리에주로 옮겨 활약하고 있다. 한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설이 돌기도 했다. 오만의 골키퍼 알리 알 합시는 2003년 린 오슬로를 통해 노르웨이 리그에 진출했다. 이후 볼턴 원더러스, 위건 어슬레틱스, 브링턴 앤드 호버 알비온 등 잉글랜드 리그 여러 클럽을 옮겨 다니며 활동하고 있다. 언어 등 한두 가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지만 김진현 역시 능숙한 일본어로 주전 수문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골키퍼로서 유럽 진출을 못 해낼 까닭이 없다. 모든 포지션에 걸쳐 해외파가 태극 마크를 달고 뛰는 장면을 곧 보게 될 듯하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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