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메신저]카디건 예찬론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사람이 옷을 입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인체를 기후변화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둘째, 부끄러운 곳을 기리기 위함이다. 정숙성이란 단어를 쓰기도 한다. 오늘날처럼 노출이 심한 시대에도 맞는 말인지 그 한계가 모호하지만, 인체의 치부를 가리는 '기능'을 말한다. 셋째, 장식이 목적이다. 자기표현 즉 소속을 나타내기도 하고, 아름답게 또는 우아하게 스스로를 꾸미기 위해서라고 한다. 물론 인간의 생활이 복잡해질수록 옷을 입는 이유도 복합적이 된다. 그러나 현대인은 적어도 위의 세 가지 목적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할 복잡한 상황에서 삶을 이끌어가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목적에 적합한 옷이 필요해진다. 요즈음은 일교차가 10°C가 넘는 경우가 잦아, 가을과 초겨울을 넘나들기 일쑤다. 이런 기후적응을 위해 외출 할 때 가벼운 겉옷 하나쯤 준비할 필요가 생긴다. 카디건(cardigan)이 바로 기후적응뿐 아니라 다목적에 맞는 옷인 것 같다. 이미 소비자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올 가을 카디건의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45%나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카디건이란 앞을 트고 단추를 달아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웨터의 일종이다. '부드러운 남자를 위한 카디건'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여성들에게도 카디건은 필수 아이템이다. 편리할 뿐 아니라 체형의 약점을 가릴수도 있고, 계절에 관계없이 여성들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역할을 훌륭히 해준다. 여름에도 에어컨 환경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옷이 바로 얇은 카디건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길이와 색깔, 여러 모양의 카디건은 어떤 하의와도 멋진 조화를 이루는 특징이 있다. 길이가 긴 카디건은 미니스커트나 짧은 바지는 물론 긴 바지와도 잘 어울리며, 짧은 것은 짧거나 긴 스커트와도 멋진 조화를 이루어낸다. 거기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때론 겉옷으로 때론 가운데 옷으로, 실내외에 따라 쉽게 입고 벗어들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춘 그런 옷이다. 카디건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명피해가 유달리 컸던 크리미아 전쟁(Crimean War 1853년-1856년, 러시아와 이에 맞선 영국 등 연합군의 전쟁)중에 등장한 옷이다. 당시 인명 피해가 100만명이 넘었고, 전투중에 죽은 사람보다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이팅게일의 체계적인 간호가 빛을 발한 전쟁이기도하다. 이 전쟁에 참전한 영국의 카디건(James Thomas Brudenell, 7th Earl of Cardigan)백작이 추위를 막고자 군복위에 '니트 코트형식'의 옷을 덧입었고, 이 옷을 부상당한 병사들에게도 따뜻하게 감싸고 벗기 쉽도록 만들어 입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옷은 전쟁 후 백작의 이름을 따 카디건이라 불리우며, 영국 귀족들이 스포츠나 각종 행사 때 즐겨 입으면서 보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 카디건을 컬렉션 무대에 소개한 뒤 세계적인 유행 아이템이 되었다. 그 후 오늘날까지 다양하게 발달되어오면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시대를 초월하여 애용하는 옷으로 자리 잡는다. 카디건이 이처럼 오랫동안, 발전하며 더 애용되는 것은 부하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배어있는 옷이기 때문이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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